‘여자가 야구를 해요?’ 개인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후 심심치 않게 들었던 말이다. 전국 47개 여자야구팀이 있는 2016년에도 대중의 인식이 이러한데 1990년대는 오죽했을까. 여자가 야구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1996년 삭제되긴 했으나 야구규약에도 ‘의학적으로 남자가 아닌 자’는 부적격선수로 분류되어 있었다. 금녀(禁女)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야구에서 큰 족적을 남긴 한·미·일 여자야구 선수 3명이 있다(한국의 안향미는 전편에서 소개한 바 있다).무대를 일본으로 옮겨보자. 2008년 11월 일본 세미프로리그인 간사이 독립리그 드래프트에서 독특한 이력의 선수가 지명돼 큰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고베 나인 크루즈 팀에 7순위(전체 27번)으로 지명된 16세 소녀 요시다 에리였다. 그는 일본 독립리그를 시작으로 미국을 거쳐 2016년 현재 일본에서 프로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여자야구 역사를 통틀어 2개국(미국,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한 여자 선수는 요시다가 유일하다.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요시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너클볼(knuckle ball)’이었다. 무회전에 가까운 상태로 날아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떨어지거나 휘어지는 변화구. 습도와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는 이 변화무쌍한 공이 요시다에게 희망이자 마지막 돌파구가 됐다. 요시다는 고교 진학 후 남자 선수들과의 체격 차를 실감했다. 막다른 길에 몰린 그는 팀 웨이크필드(50 전 보스턴)의 너클볼을 접하게 된다. 운명처럼 다가온 너클볼은 최고 구속 100km 내외의 패스트볼을 던지던 요시다가 프로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무기가 됐다.요시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쏟아졌다. 그녀의 프로 데뷔전에는 이례적으로 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운집했다. 취재진 역시 200명에 달할 정도였다. 데뷔 첫 해였던 2009시즌 11경기에 등판해 11⅔이닝을 소화하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4.63의 성적을 거둔 요시다는 다음 행선지를 미국으로 택했다. 요시다는 미국 독립리그에서 뛴 세 시즌 동안 총 21경기에 나서 78이닝을 소화, 5승 10패 평균자책점 7.62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남기지 못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여정이었다. 우상과의 만남은 꿈만 같았다. 애리조나 윈터리그에 참가했던 2010년 봄, 보스턴 레드삭스 스프링캠프서 웨이크필드와 요시다의 만남이 성사됐다. 웨이크필드로부터 짧게나마 너클볼 코칭을 받은 요시다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웨이크필드와 같은 너클볼러가 되고 싶다는 더 큰 꿈을 품게 됐다”며 우상과의 만남이 큰 동기부여가 됐음을 밝혔다.요시다는 3년간의 미국 독립리그 생활 이후 2013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요시다가 4시즌째 뛰고 있는 BC리그 소속 이시카와 밀리언 스타즈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였던 훌리오 프랑크(현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가 지난해까지 감독 겸 선수로 활동했던 구단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등번호는 웨이크필드의 선수시절 배번인 ‘49’번이다. 46세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현역 선수생활을 이어간 웨이크필드처럼 요시다의 너클볼 역시 오래 보고 싶다.*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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