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일명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의 첫 주자로 적극 나섰다. 최근 국내 2, 3위 철강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원샷법 지원 승인을 받는 등 참여도가 높지만, 실질적인 구조조정 효과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강조해온 공급 과잉 종목(후판, 강관)과 두 업체의 원샷법 신청 내용과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정부는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으로 인한 경쟁력 악화에 대한 대비책으로, 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해운이나 조선업에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댈 때도 철강업은 한발 빗겨나 있었다.

지난 9월 보스턴 컨설팅이 내놓은 ‘철강 구조조정안’도 업계 자율의 구조조정에 방점을 찍되 후판과 강관의 공급과잉 해소가 시급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원샷법 승인 항목은 실제 공급과잉 종목과 거리가 있거나 효과가 미미한 구조조정안이다.

현대제철이 이번에 승인받은 내용은 단강 제조설비 매각 건이다. 현대제철은 단강 생산용 전기로를 팔고, 순천 공장으로 일원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단강은 당장 공급과잉 강종도 아니고, 현대제철의 전기로 매각으로 인한 구조조정 효과도 미미하다. 국내 전체 단강 생산능력 270만톤의 7.4% 수준을 감축하는 정도다.

동국제강은 포항 제2후판 공장을 매각하고 컬러강판 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이 통과됐다. 구조조정 방향은 정부의 로드맵과 맞지만, 동국제강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제2후판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원샷법 신청이 정부에 보여주기식 형식적 절차에 머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원샷법은 공급과잉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자발적인 영업의 양도, 인수합병, 신사업진출 등 사업재편을 돕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구조조정안이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세제 감면, 자금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의 취지가 무 색하게, 끼워맞추기식 사업재편안이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당장 필요한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 주도로 원샷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자발적 구조조정을 강조해온 철강업계가 정부에 적극적으로 발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bonj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