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트럼프 역풍까지 맞은 국내 증시가 또 한 번의 고비를 앞뒀다. 한국 시각으로 5일(현지시간 4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결과가 부결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발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5일 오전 8시(현지시간 5일 0시) 현재 일드 프랑스 지방 대표 신문사 르 파리지앵(Le parisien)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투표 출구조사는 찬성 42.0~46.0%, 반대 54.0%~58.0%로 개헌 ‘반대’가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각) 이후 발표된 총 21개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부결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된데다 블랙 아웃(Blackout) 직전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개헌안 반대여론이 잔성측 주장을 5~11%가량 앞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려대로 부결이 우세해진 가운데,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탈렉시트’(Italexitㆍ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치솟았다.

이날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센틱스 유로존 이탈확률은 이탈리아가 19.3%로 그리스(10.8%), 프랑스(4.8%), 포르투갈(3.5%), 네덜란드(3.4%)와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지난 1일(현지시각)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600(-0.33%), 독일의 DAX 30(-1.00%), CAC 40(-0.39%), 영국 FTSE 100(-0.45%) 등 유럽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이번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상원을 축소하고 하원에 입법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상원 축소 개헌안 국민투표’로 마테로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해당 투표가 부결되면 사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표가 부결돼 현 총리가 사임하면,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보수 세력인 이른바 ‘오성운동’이 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커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개헌안이 부결되면, 이미 약해져 있는 금융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정치적 불확실정도 증대된다”며 “부결된 이후 극우성향의 ‘오성운동’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윤곽이 드러날수록 미국에서 유럽으로 불안 요소 이동할 전망”이라며 “내년 3월부터 예정된 네덜런드ㆍ프랑스ㆍ독일 선거에서도 극우성향 정당 우세가 이어지게 되면 ‘브렉시트’ 때보다 더 큰 혼란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부결돼도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탈리아 개헌 투표에 따른 이번 주(12/5~9) 코스피 밴드를 1950~2000으로 예상하며, 국내 증시에 올 여파는 미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이탈리아 국민들의 유럽연합 탈퇴 여론은 20% 미만으로 실제로 탈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부결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부양책을 내놓아 완충제 역할을 해 이탈리아 쇼크가 극단적 파국으로 비화될 개연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