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철원 민통선 일대의 넓은 논 지역으로 두루미가 날아온다.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에서 번식을 마친 두루미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 대거 날아오는 것이다. 지구상 존재하는 멸종위기의 두루미류 15종 중 7종이 철원으로 날아드니 생태지역으로는 독특하고 대단한 가치가 있다.
학생들이나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두루미와 관련된 교육을 하다보면 두루미와 학을 다른 조류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두루미는 학(鶴)을 지칭하는 순우리말로, ‘뚜루뚜루’ 운다는 표현에서 유래되어 두루미라고 불리게 되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흔하게 나타나는 학은 단정학(丹頂鶴)이라 불리는 흰 두루미이다. 철원에는 단정학(머리에 붉은 깃털을 소유한 두루미)외에 재두루미가 가장 많이 날아온다. 흰두루미(단정학)는 평화의 상징이며 장수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십장생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1990년대의 기록에 의하면 북한의 원산 지역 남쪽의 안변에서 겨울을 나던 두루미 200여 마리가 식량이 부족한 북한주민이 낙곡을 다 쓸어가는 바람에 이제 철원으로 본거지를 옮겼다. 사람들의 삶이 궁핍해지면서 덩달아 야생동물의 서식공간도 어려워진 사례이다. 두루미가 살아가는 자연이 사람들에게도 풍요로운 곳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가 싶다.
다행히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안변의 두루미 서식지를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철원의 두루미 월동지가 점점 단순화 되고 교란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철원은 동북아에서 서식하는 두루미류 약 2000 마리 가량이 정기적으로 월동하거나 중간기착하는 지역으로 철원 서식지 보전은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WWF는 철원군과 MOU를 체결하고 두루미 최대 월동지인 철원의 인식증진과 교육에 집중해서 두루미센터의 방문객을 위한 도서관을 꾸미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방문객을 위한 두루미 탐조프로그램 운영, 지역 유기농 식단을 통한 먹거리 이용 권장 활동 등을 실천하고자 한다. 철원군은 최근 군부대와 계속된 협의를 통해 DMZ 일대 철책선 옆 습지인 화강과 용량보를 일반에게 공개했다. 지난 70년간 사람의 발이 닿지 않았던 원시상태 그대로의 습지를 보면 감동이 절로 생긴다.
필자는 최근 기업 대표 40명과 함께 철원들 다녀왔다. 바쁜 회사생활로 인해서 생태 자연보전에 무심했던 기업의 대표들이 철원평야의 아름다운 두루미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감동했다. 평생 배우자와 가족중심 생활을 하는 우아한 두루미, 사람의 키 정도로 큰 조류(150센티)를 가까이 보면서 자연을 느끼고 그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경험한 것만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만을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기업의 대표들이 자연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하나 둘씩 각 대표들은 자신들의 직원들과 함께 두루미를 보러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각 기업 대표들의 마인드가 바뀌면서 회사도 적극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올겨울에는 가족과 함께 철원의 두루미와 용량보주변의 생태공원, 그리고 맛있는 유기농 식사를 하면서 철원군민들의 두루미 사랑을 느껴보길 권한다. 두루미들은 10월말부터 오기시작해서 3월이면 다시 서식처인 시베리아 아무르 강가로 떠난다. 곧 겨울방학을 맞이할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꼭 철원을 방문하길 권한다. DMZ를 통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두루미를 통한 자연사랑, 용량보를 통한 습지와 삼림에 대한 이해, 자연의 맛까지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 서울에서 불과 2시간이내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습지를 담담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을 가진 것은 우리의 축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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