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인력감축 불안감 확산

“30대 중반 텔러입니다. 희망퇴직 대상자를 과장 이하로 확대했다는데, 희망퇴직을 신청 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로 미래 불확실성에 직면한 금융회사들이 연말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통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돌입하고 있다.

내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내수부진과 기업구조조정 등 악재가 산적한 만큼 막대한 퇴직금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선제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감원 바람은 매년 의례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올해는 대상 연령이 30대 이상의 과장 이하 사원급에서 대리급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구조조정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입사 10년차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은행원(9월 말 기준 2만540명)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은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대상 범위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반 직원은 만 45세 이상으로 신청 자격을 제한했지만, 올해는 부ㆍ점장급과 부지점장ㆍ팀장급뿐만 아니라 2006년 이전 입행한 과ㆍ차장, 계장ㆍ대리급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DGB대구은행도 4급 11년 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12~14일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만 55세 이상이 되는 직원들이 주 대상이었던 반면, 올해는 전 직원(3500명)의 11%에 해당하는 400여 명이 희망퇴직 대상자다.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대구경북 농협은행의 경우 10년 이상 근속 직원에 한해 만 40세 이상의 일반직이나 4급 이상의 과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 SC제일은행은 이달 말까지 200여 명을 더 내보낼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초 임금피크제 진입자들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고, 우리은행은 내년 1분기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대상범위가 일반 사원급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은행보다도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AIA생명은 2011년에 이어 5년 만에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가 지난주 신청을 마감했다.

대상은 과장 이하 근속 7년 이상, 차장 이상은 근속 2년 이상이다. ‘과장 이하’ 사원들까지 포함하며 굳이 제외 직급을 특정하지 않고 근속연수만 충족하면 누구라도 신청할 수 있게 문(?)을 열어놨다.

메트라이프생명도 지난달 전 직원의 8% 수준에 해당하는 5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이미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미래에셋생명은 2월과 10월에, 메리츠화재는 6월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현대해상도 1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금융권은 인력을 줄이기 위해 명퇴자들에 대한 위로금 규모를 대거 늘렸다. 퇴직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이다.

국민은행은 최고 기본급 36개월치의 특별퇴직금을 주기로 했다. 전년(31개월)에 비해 늘어난 수준이다. AIA생명의 경우 최고 60개월치 급여를 제공하고, 메트라이프는 최고 50개월분과 자녀학자금을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은행보험 등 금융권이 거액의 퇴직금을 써가면서 대규모 감원에 들어간 것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몸집 줄이기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고, 보험의 경우 저금리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적용 등 시장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인력 효율화가 금융계 전반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면서 “내년에는 경기 침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대규모 감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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