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울산 군부대 화약 폭발사고로 부대 안팎에서 벌어지는 군의 기강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안’과 ‘명령’이라는 폐쇄적 시스템을 구실로 자행되는 장성과 장교들의 비위, 여전한 가혹행위와 성추행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군으로서 갖춰야 할 기강부터 되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약 5㎏을 바닥에 버린 어처구닌 없는 현실=울산 예비군훈련부대 폭발사고는 지휘관인 대대장과 탄약관리관인 부사관의 안이한 폭발물 관리, 참모와 소대장 등 다른 간부의 방조와 묵인 등이 초래한 ‘인재(人災)’다.
53사단 헌병대가 밝힌 사고 경위는 어처구니가 없어 기가 막힐 정도다.
이 부대는 올해 수령한 훈련용 폭음통 1842개 중 1600여 개를 사용하지 못해 남겼다.
탄약관인 중사는 이를 소모해야 한다고 보고했고, 대대장은 “불이 나지 않도록 비 오는 날 처리하라”고 했다. 화재 위험이 없도록 적절히 터트려서 없애라는 불법적인 지시였다.
탄약관은 그러나 더 부적절한 방법을 택했다.
1개를 터뜨려도 소음이나 충격이 만만찮은 폭음통을 1600여 개나 불을 붙여 터트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소대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폭음통에서 화약만 추출해 버리고, 껍데기는 폐기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이달 1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시가지 전투 훈련장에서 이 작업이 이뤄졌다.
이렇게 바닥에 버려진 화약은 약 5㎏에 달했고, 결국 13일 현장을 지나던 병사들이 들고 있던 삽이나 갈퀴에서 발생한 정전기로 점화돼 폭발했다.
▶도 넘은 가혹행위ㆍ성추행=군에서는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군사법원에서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군대 내 사건·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476명이었다. 군 내 사망사고는 영내 활동과 휴가·외출·외박, 퇴근 후 영외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포함한다.
사망자 중 자살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군 업무나 활동이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매년 100명 안팎의 인원이 숨진다는 점을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 역시 군의 기강 해이 문제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가혹행위나 성추행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기강 확립을 기대할 수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7월 국방부 군사법원 판결문에서 밝혀진 괴롭힘의 방법이나 가혹행위에 사용된 도구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육군 모 부대 GP 부소초장인 한 부사관은 지난해 90V가량의 전기를 발생시키는 무전기로 병사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이 부사관은 수기 막대, 공병삽, 장도리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밖에 목욕탕에서 후임병 허벅지에 소변을 본 병사, 철제 너트를 손가락에 끼워 후임병 이마를 때린 육군 부사관, 후임병을 대검으로 위협한 병사 등이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후임병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겨 던진 병사, 부하 여군에게 “여자는 어쩔 수 없어. 너희 엄마를 봐도 그렇잖아” 등의 성차별 발언을 한 장교 등 군 내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령이 성매매 알선…고위 간부 비위도=올해 10월 기무사 소속 A소령은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수남에게 성매매 여성을 소개해주고, 오피스텔과 모텔 등 장소도 알선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돼 헌병대로 넘겨졌다.
현장을 덮친 경찰이 여성으로부터 “알선해준 사람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해 추적, 뜻밖에도 현직 영관급 장교를 붙잡은 것이다.
국방부 모 직할부대 부대장인 B준장은 올해 상반기 부하 여직원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자진 전역했다.
앞서 한 재외공관에 국방무관으로 파견된 C준장도 공관 여직원들을 성추행했다는 신고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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