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내년도 예산안이 집행되기도 이전에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편성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그만큼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정부의 경기예측 및 대응능력이 취약함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성장률이) 2% 초중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3.0%인 정부의 내년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까지 낮추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내년 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낮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 필요성 여부의 판단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내년 1분기가 지나봐야 그걸 보고 판단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내년도 추경 편성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로 2%대 후반대를 제시하고 있으나,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2%대 초반을 제시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성장률이 2.4%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고,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2.2%로 예측했다. 대부분의 해외 투자은행(IB)들도 2%대 초반을 내다보고 있으며 일부에선 1%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민간에선 이미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대 초반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가 “내년 성장률 2%대 초중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발언함에 따라 시장에선 추경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추경은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안을 정부가 집행하는 와중에 새로운 변수가 생겨 기존 예산안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한다. 하지만 추경이 남발돼 재정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에 한해 편성할 수 있도록 추경 편성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4년 동안 정부는 2014년을 제외하고 3년 동안 추경을 편성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막지 못했다. 이번에는 내년 예산을 집행하기도 전에 추경론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정부의 경기예측이나 정책적 대응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추경을 투입해도 경기를 돌려놓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경제의 기반이 허약해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 4년 동안 물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추경으로 오히려 경제의 자생력이 약화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