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120%·배추 82%·토마토 71%

소비자 물가 뜀박질…지갑 닫아

생필품까지 줄여 장기침체 우려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현상이 뚜렷해진 이른바 ‘3高 시대’에 연말 특수는 사라지고 있다. 계란값 폭등 등으로 ‘장바구니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소비절벽’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 마저 내년 우리 경제의 관건은 소비심리의 회복이라 꼽으면서 소비 절벽에 따른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을 위축시키고 평균 소비성향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고환율의 영향으로 여행 소비를 줄이고,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으로 생필품 소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상이 전반적인 내수부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8월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다가 9월과 10월 각각 1.2%와 1.3%로 훌쩍 뛰었다. 특히 무나 배추 등의 가격이 각각 120.7%, 82.1%씩 상승했고, 토마토(71.1%) 풋고추(62.4%) 파(41.6%) 등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랐다.

물가 고공행진에 부담을 느낀 가계는 사치품 뿐만 아니라 기본 의식주와 관련된 소비까지 줄이는 등 지갑을 닫고 있다.

실제 올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이는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4분기에는 이보다 더 악화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조류독감 확산 등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치품이나 기호식품 뿐만 아니라 쌀, 의류, 신발 등의 기본 생필품 소비까지 줄면서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경기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가계의 ‘경계감’이 미리 소비를 줄이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소비절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CSI는 전월대비 16pt 급락해 64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현재뿐만 아니라 6개월 뒤에도 경기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내년도 우리 경제의 관건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는 것”이라면서 “성장세 견인은 소비에서 찾아야 된다. 위축돼 있는 소비심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지금까지 저물가 방어에 집중해 왔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가 수치로 보여지는 물가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지갑을 닫는데 있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현상)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황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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