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용(龍), 대만은 한국과 함께 아시아 제조업을 이끈 제조업 강국이다. 특히 반도체, 컴퓨터 등 IT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로,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여전히 과거의 위상을 누리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ㆍ생산하는 폭스콘이 대표적인 대만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에 대만은 ‘제조업 위기’를 맞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수출했던 중국이 높아진 기술 수준을 앞세워 부품도 국내에서 조달하는 ‘홍색공급망’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제조업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닌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신(新)산업 경쟁력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위기는 외부적 원인뿐만 아니라 내부적 원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부재다. 대만은 수입산 소프트웨어를 단순 유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기류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그만큼 절실하다. 대만 경제부의 ‘대만브랜드 가치평가’에 따르면, 대만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HTC는 불과 5년 만에 1위에서 10위로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낀 대만은 소프트웨어 육성에 정부가 직접 나서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작은 대만 정부의 ‘디지털 국가 조성을 통한 경제혁신 9개년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파워를 강화해 2025년에는 대만의 글로벌 IT 경쟁력을 세계 6위까지 올려놓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특히 신산업 분야에서 사물인터넷(IoT)을 집중 육성분야로 선정했으며, 디지털 정책 부문을 총괄하는 정무장관직에는 30대의 천재 해커를 기용하는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했다. 기업도 변화에 나섰다. 폭스콘은 생산라인의 스마트 팩토리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로봇, 빅데이터 등 첨단 분야에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며 과학ㆍ기술 서비스 기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PC제조사 에이수스(ASUS)는 인공지능, 딥러닝 등 첨단기술 분야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력 개편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대만 내부적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 대만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이다. 여전히 대만 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원가절감, 공정관리 노하우를 통한 수주 경쟁력 확보에만 집착하고 있다. 두 번째, 규제 완화를 위한 정부의 결단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정부와 우버 대만법인의 불법영업 공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 번째, 응용 서비스 분야의 약한 경쟁력이다. 대만은 신산업 육성 분야로 사물인터넷을 선택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정착된 산업 구조와 체질을 단기간 내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기류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IT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금의 현실은 대만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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