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30대 직장인 오 대리의 지출내역에는 주1회 혹은 격주로 같은 항목이 찍힌다. 바로 ‘치느님’을 영접한 흔적이다. 한주의 스트레스도 치맥과 맞바꿀 수 있다는 오 대리. 그에게 치킨은 웬만한 보양식보다 착한 ‘소울푸드’다. 최악의 AI에도 ‘75도 이상 고온에서 튀기면 균이 사멸된다’는 상식쯤은 알고 있기에 그는 요즘도 치킨을 끊지 않았다.
실제로 BBQ는 AI 파동에도 12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 가량 증가했고 네네치킨 또한 60% 가량 늘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오 대리이지만, 그렇지만 치킨값을 결제할 때마다 ‘좀 비싼데?’, ‘치킨값 어디까지 오르는거냐’는 생각이 종종 든다.
▶생닭값 떨어지는데 치킨값은 왜 그대로?=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5일 기준 생닭값은 1kg당 1590원(中)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양주서 AI 발생하기 이전인 10월 2590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38.6%나 떨어졌다. AI여파로 생닭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원재료값의 변동폭이 판매가에도 영향을 미쳐야 하지만, 치킨값은 요지부동. 이유는 닭을 키우는 농가와 도계업체의 구조 때문이다.
국내 양계 농가의 95%는 대형 도계업체와 위탁 사육계약을 맺고 닭을 키운다. 계약은 6개월 1년 단위로 이뤄지고 단가 또한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계약기간 내에는 현재의 생닭 시세와 관계없이 초기 단가로 양가와 도계 업체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치킨 소비자가까지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뜻이다.
▶피자값 오르는건 용서해도 치킨은 안돼?=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값은 여전히 비싸다는 여론이다. 그만큼 치킨이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치킨업계 관계자는 속이 타들어간다.
프랜차이즈 치킨 본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도계업체와 계약해 닭을 받는 입장인데, 생닭 몇백원이 내리는 것을 두고 소비자가 1000원의 원가 구조를 건드릴 수 없지 않습니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도계업체들이 거의 고정된 가격에 닭을 유통하고 여기에 인건비, 마케팅비용 등이 더해집니다. 이런 고정비는 갈수록 커지는데 소비자가를 올리지 못해요. 치킨이 서민음식의 대표격이라 유독 고객들이 치킨값에 민감하게 반응하시거든요. 피자는 1000~2000원은 올라도 그러려니 하시는데 치킨값이 오르면 난리납니다. 저희도 4년째 동결이네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협회가 공개한 치킨 원재료 생닭의 생산원가 책정방식은 산지 닭값에 평균 65%의 수율을 적용한 뒤 도계비용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율이 65%인 이유는 털과 내장 등을 손질하고 1㎏에 맞추려면 1.6㎏ 가량의 닭을 도계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저가를 기록했던 1㎏당 800원으로 계산한다면 약 1880원, 8월 기준 가격인 2300원으로 계산한다면 4188원이다. 도계가 끝난 닭은 다시 프랜차이즈 본사로 넘어가고, 세척 등의 가공이 이뤄진 뒤 가맹점으로 넘어간다. 차이는 있지만 치킨판매가의 3% 정도에 해당하는 500원의 물류비를 제하면 평균 800원의 유통마진이 남는다.
가맹점들은 기름, 파우더, 무 등의 기타직접비와 가게 임차료, 인건비, 수도세, 배달앱 사용료 등 간접비용이 추가된다. 매장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 기타직접비 1만원과 간접비용을 더하면 1만5000원까지 뛰게 된다.
최근 비싸다는 비난을 받은 2만원 짜리 치킨을 팔더라도 마리당 5000원 남짓만이 남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반 프라이드·양념치킨은 평균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 선이다. ‘많아야 2000원 남는다’는 볼멘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치킨값 인상, 곧 현실로?=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절반 가까이가 살처분되면서 병아리 값이 2배로 치솟았다. 5일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AI가 발병하기 전 마리당 900∼1100원이었던 산란계 병아리 값이 2일 기준 1700∼1900원으로 치솟았다. AI가 진정된 뒤 농가가 병아리 입식을 본격적으로 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병아리가 식용 닭이 되기까지 약 한 달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국내 육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내달부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치킨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이 안정돼 있고 사전에 계약된 가격이 있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화될 경우를 상황을 대비하고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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