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퇴직 후 혹은 실직 등으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계를 위해 시작하게 된 자영업. 어수선한 정치상황,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크가 악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휘청이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점포와 으리으리한 고가의 인테리어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벼랑끝에서 버티는 삶을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는 임대료 내기에도 벅찬 자영업자들을 사지로 모는 형국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 또한 자영업자들의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소비절벽에 붕괴하는 자영업= 올해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는 민간소비다. 소비는 심리에 크게 좌우되기 마련인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민간 소비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김현미 더불어민주당이 분석한 자영업 통계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2005~2014년)간 창업한 자영업자 967만5760곳이었다. 그리고 폐업자는 799만309명에달했다. 산술적인 통계상으로 볼 때 폐업률이 82.6%에 달한다. 한마디로 10명이 창업해 8명 이상은 가게 문을 닫고 있다는 현실이다.

특히 일반 영세 자영업자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민들이 영위하는 소매업, 음식업 등의 통계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쉽게 문을 열고 또 쉽게 망했다. 소자본으로 큰 꿈을 품고 창업에 나선 뒤, 차디찬 현실의 벽에서 폐업의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았다.

창업은 서비스업 196만9991명(0.36%), 소매업 186만9657명(9.32%), 음식업 185만308명(9.12%) 등으로 많었고, 폐업은 음식업 172만4059명(21.58%), 서비스업 164만3922명(20.57%), 소매업 164만855명(20.54%) 순이었다.

불황 속에서 버티는 자영업자들은 결국 ‘빚’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곧 부채의 증가로 이어진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15년 보다 3.9%(369만원) 증가한 평균 9812만원이었다.

부채 보유액을 가구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12.0%(857만원) 늘어난 8017만원, 30대는 7.6%(414만원) 증가한 5877만원, 30세 미만 6.8%(102만원) 불어난 1593만원, 50대 5.6%(446만원) 더해진 8385만원, 60세 이상 1.7%(83만원) 추가된 4926만원 등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토대로 부채위험군(한계가구.부실위험가구)을 집계한 결과 같은 기간 자영업자의 27.7%가 빚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나빠지면 나빠졌지, 호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은퇴 연령이 빨라지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 속에 노후를 대비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음에도 비자발적으로 불나방처럼 자영업의 암울한 현실로 들어가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금리는 오르고 대출은 까다로워져…자영업 버티기 더 어렵다= 이미 최악의 상황이지만, 자영업자들의 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크게 확대된 가운데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고, 정부와 금융권도 자영업 대출의 부실에 대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소비 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 또한 낮다.

당장 금리가 문제다. 6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금리(보증서담보대출 기준)가 지난해 8∼10월 평균 3.38%였던 것이 9∼11월 3.45%로, 0.07%포인트 올랐다. 금리 상승기가 본격화한 점을 감안할 때 금리는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은행권이 대출 심사를 본격 강화하는 점도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그간 주먹구구로 운영되던 자영업자 대출 심사를 올 상반기 중 ‘소상공인 전용 여신심사 모형’을 구축해 강화키로 했다.

현재 은행들은 자영업자의 연체 이력, 연 매출액 등만 확인하고 대출 한도와 금리를 정하고 있다. 이를 앞으로 대출 희망자가 어느 지역에 어떤 가게를 낼 지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것.

가령, 치킨집 밀집 지역에 치킨집 창업용으로 대출을 신청할 경우엔 이자나 대출한도가 불리해 질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 중 증가세가 높은 부동산 임대업 대출엔 은행마다 특화된 여신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분 분할상환제를 도입해 매년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상환하는 방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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