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에도 시험ㆍ알바에 긴장하는 청춘 - 명절은 세대갈등의 축소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 “명절에 들리는 저에 대한 걱정은, 저를 위한 걱정으로 들리진 않아요”
신림동에서 5급 공채시험인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박모(30) 씨는 요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5급 공채시험인 행정고시를 없애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고시에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불안감만 커진데다, 올해부터 1차 시험에 헌법이 추가되면서 공부량은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런 때 친척들을 만나게 되면 ‘행시 폐지는 정말이냐’는 말만 듣지 않겠느냐”며 “잘 될 거라는 덕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43) 씨 역시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라고 하지 않나”며 “언제부턴가 설 연휴에도 스터디를 하는 젊은이들이 카페에 넘친다”고 밝혔다.
올해도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20~30대 취업준비자들의 명절 스트레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와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취업은 했니?’(20.8%)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인 것으로 집계됐다.
청춘들은 아르바이트에 나서며 명절 모임 역시 피하고 있다.
구인구직 업체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진행한 396건의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에 1만1786명(온라인 원서 접수만 해당)이 지원해 2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20대 중후반 아르바이트 지원자 비중은 매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회사 측에 어떻게 취업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지원자들도 있다”고 밝혔다.
연휴 3일 동안 대형마트에서 일할 계획이라는 대학생 이재현(27)씨는 “장남이라 설에는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럴 형편이 아니”라며 “명절이라고 집에 있기보다 밖에 나와 돈 벌면서 친척들과의 불필요한 논쟁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 한 유명 어학원은 설을 맞아 친척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피하면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어학원 지점마다 ‘명절대피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세대갈등이 명절에 드러나는 것”이라며 “청년층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관점으로, 말과 행동 하나에 신경쓰는 것이 기성세대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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