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70일 공식수사 기간 중 30일을 남겨두며 반환점을 돌아섰다. 이에 지난 40일 간 특검의 수사 성과와 남은 과제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기간은 70일로 1차 수사기한이 오는 2월 28일까지다.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승인한다면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검은 기간 연장과 무관하게 1차 수사기한 안에 승부를 낸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지난 40일 간 상당한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특검은 반(反) 정부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직 장관이었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구속했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연루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구속됐다.
특검은 정유라(21) 씨의 이화여대 입시·학사 특혜와 관련해서도 이화여대 관계자들을 대거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 씨에게 특혜를 주도록 주도한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을 구속했고, 정 씨의 과제물을 대리작성하고 제출한 혐의로 류철균 전 교수를 구속했다. 또 지난 2014년 면접 당일 평가위원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압박한 혐의 등으로 남궁곤 전 입학처장을 구속했다. 정 씨에게 부당하게 성적 특혜를 준 혐의로 이인성(54) 의류산업학과 교수도 구속했다. 그러나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의 경우 영장이 기각됐다.
다만 특검 앞에는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재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돕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 씨 일가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뇌물을 건넸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이 청구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범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 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한 점,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운 정황은 파악했다. 또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합병 지원을 청탁하고, 합병한 법인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들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을 청탁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부정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이는 ‘청와대의 석연찮은 합병 지원’과 ‘삼성의 최 씨 일가 특혜지원’ 사이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삼성그룹과 청와대 간에 오간 부정한 청탁,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최 씨 일가를 지원했는지 여부를 추가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뇌물죄 법리를 전방위로 검토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역시 특검이 부딪혀야 할 난제로 남아있다. 특검팀은 다음달 둘째주 대면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구체적인 장소와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안팎에서는 대면조사를 ‘늦어도 2월초’로 못박은 만큼 설 연휴 직후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 롯데 등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은 원점으로 돌아가 법리와 사실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단에 돈을 낸 다른 기업들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재단 출연금과 별개로 최 씨 모녀에게 230억원 가량을 더 지원한 삼성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으면서, 재단에만 돈을 낸 다른 기업들의 뇌물죄 입증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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