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비롯한 주요 안보 법제 정비를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올해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이달 22일까지 내각회의(각의) 결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회기 내 각의 결정을 위해 연립여당인 공명당과의 논의를 서두를 것을 지시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자민당 부총재는 지난 6일 열린 여당 내 협의에서 “각의 결정안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정부 측 인사에게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6일(현지시간) “공명당도 논의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회기를 연장할 생각은 없다”고 각의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집단 자위권을 위한 헌법해석 변경이 연말에 예정된 미ㆍ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늦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기 내 각의 결정을 피하려고 했던 공명당이 정부와 자민당의 전방위 압박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명당은 아베 정부가 제시한 15가지 사례 등에 관해 기존의 헌법해석이나 개별 자위권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 다음 회기 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공명당이 남은 논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총리 관저와 자민당 내부에선 “공명당이 언제까지 거부하면 연립을 해체하고 국민에게 신임을 물으면 된다”, “지금 선거를 하더라도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자민당과 함께 하고 싶은 당은 많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그럼에도 각의 결정 내용이나 세부적 표현에 관해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집단 자위권’이란 표현에서 양측이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은 공명당을 고려해 포괄적으로 ‘자위권’으로만 표현하되 헌법해석을 바꿔 사실상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베 총리가 ‘집단 자위권’이란 표현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집단 자위권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자위대의 미국 함선 보호’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자위대의 국외 파견에 관련해 ‘원칙적으로 타국의 영토ㆍ영공ㆍ영해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규정을 공명당에 제시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는 원칙일 뿐 실질적인 제어장치가 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간부는 한반도 유사 사태와 관련해 “한국으로부터 요청이 있으면 한국의 영역 안으로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논의는 10일 예정된 협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절충점을 찾으면 11일 자민당과 공명당의 당수 토론을 거쳐, 22일 정기 국회 폐회 전에 각의 결정을 하게 된다.

공명당은 앞서 6일 협의 때 무력 공격 전 단계의 도발인 회색지대(그레이존) 사태에 관한 2가지 사례의 대응책에 관해 자민당과 합의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민당의 압박이 강해지고 공명당이 적당한 수준에서 봉합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