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두께의 MLCC 축구장 4개규모 LNG생산설비 모두 삼성 계열사에서 제작

대한민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쌀알 250분의 1크기의 전자부품부터 축구장 4개보다 더 큰 초대형 LNG생산설비까지 만든다. 두가지 제품 모두 삼성 계열사가 제작했다.

한국에서 제조되는 제품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삼성전기가 만드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다. 두께는 머리카락 두께와 같은 0.3mm다. 제품 내부는 최대 500층으로 구성돼 있다. 핵심 기술은 간섭없이 층을 쌓는 기술이다. 소재 기술도 필수적이다. 구체적인 가격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키 어렵지만 개당 1원에서 비싼 것은 10원이 넘는 것도 있다.

회로판에서의 역할은 전하를 가지고 있다가 전기가 필요한 곳에 전하를 보내주는 것이다. 일종의 신호등 역할이다. 최근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자제품들이 고도화되면서 개별 제품에 필요한 MLCC의 수가 급증세기 때문이다.

수요가 폭증하다보니 가격도 급상승세다. 글로벌 MLCC 시장 규모는 연간 7조원 가량인데, 수요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장 크기가 조만간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도 늘어나기 마련인데, 고도 기술이다보니 빠른 공급 증대에도 시일이 걸린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라인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설비를 갖추고 최종 가동까지 시일이 적지 않게 걸린다”며 “무엇보다 간섭효과 없이 최대 500층을 쌓을 수 있는 기술력을 단기간 내에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이 MLCC 시장에 진출해있긴 하지만 전략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MLCC는 일본과 한국이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 전 세계 MLCC 시장점유율은 일본 무라타가 40%로 1위이고, 삼성전기(24%)와 타이요(13%)가 뒤를 잇고 있다.

크기는 작지만 부피 대비 가격으로 따지면 초고가다. 300ml짜리 와인잔 하나에 들어가는 MLCC 가격은 3억원을 호가한다. 운송수단도 주로 비행기가 이용된다.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작업이 불가능한 크기이기 때문에 MLCC는 비닐 테이프에 붙여진 채 운송된다. 조립 역시 비닐 포장 상태에서 별도의 MLCC를 배분해주는 기계로 바로 들어가게 된다. 삼성전기가 MLCC 기술을 상업화한 것은 지난 1986년 부터다.

한국에서 제작된 제품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29일 로열더치셸에 인도한 ‘프렐류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다. 제품이라는 단어가 위축될만큼 거대하다. 길이 488m, 폭 74m, 높이 105미터 크기는 한국에서 수출한 제품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보잉747 비행기의 길이가 71미터,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의 높이가 381미터, 롯데월드타워의 높이가 555미터인 점을 고려하면 ‘프렐류드’의 크기(488미터)가 짐작이 간다.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어지간한 지자체의 한해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3조8700억원(34억달러)이다. 건조 기간은 5년이다. 갑판은 축구장 4개 넓이다. 건조 작업 한번에 투입된 최대 인원은 6000명을 헤아린다. 인도된 이후 플레류드에 근무할 인원은 150명 가량인데, 식당에 영화관 등 편의시설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

45만5000㎥에 이르는 저장탱크 용량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175개와 맞먹는 규모로 우리나라가 3일 동안 쓸 LNG를 저장할 수 있다. 이 설비에 사용된 강재 무게는 26만톤에 이르고 저장탱크를 모두 채울 경우 전체 중량은 항공모함 여섯 척에 해당하는 60만톤까지 불어난다. 프렐류드 FLNG는 2013년 11월 건조 후 처음 물에 띄우는 진수 공정 당시 세계 최대 중량물 진수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직접 공장을 짓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제작돼 수출된 제품 가운데엔 가장 큰 것이 바로 프렐류드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희 기자/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