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와 판박이다’
최근 부동산 급등과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지적이다. 참여정부 때도 별수 없었는데, ‘시즌2’ 격인 현 정부도 별수 없을 것이란 뉘앙스다. 경제에 대한 정치적 접근이다.
오직 경제로만 보자. 자산가격이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날 때는 거의 백발백중이다.
참여정부 때를 보자.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이에 따라 국민소득도 늘었다. 연간 명목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보면 김대중 정부 평균 8.73%, 노무현 정부 7.38%다. 이 기간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명목)은 각각 5.38%, 5.89% 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GDP 평균 6.41%, 가계소득 4.95%로 낮아지고, 박근혜 정부에는 각각 3.64%, 3.28%로 떨어졌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구조조정 효과와 중국 특수 등으로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국민소득이 늘면서 시중에 도는 돈도 불어났다. 여기에 21세기 들어 한자릿수 금리 시대가 되면서 집을 사는 전략이 달라졌다. 20세기만 해도 저축으로 목돈을 모아 집을 샀지만, 이 때부터는 대출로 집을 산 후에 갚기 시작한다. 가계가 차입효과(leverage)에 눈을 뜬 것이다. 자산가격 상승은 당연하다. 부동산 값이 가장 많이 오른 때가 참여정부 때지만, 증시가 가장 많이 오른 때이기도 하다.
주가급등은 말릴 일이 아니지만, 부동산 가격급등은 지나칠 경우 국민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거래제한은 물론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등 세금폭탄에, 대출규제까지 도입했다.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대책에도 불구하고 올랐다’와 ‘그래도 그 정도로 오른 게 다행이다’ 정도로. 다만 확실한 것은 참여정부 이후 상당기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이든 효과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만했다고만 단정하기도 어렵다. 대출규제를 안 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 경제가 버텨냈을까?
최근의 자산가격 상승도 시중에 돈이 늘어나서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와는 다르다. 기업실적이 좋아졌지만 극소수 기업에 한정됐다. 유동자금이 많아졌지만 소득성장의 결과가 아닌 저금리 탓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규제와 금융규제를 통시에 완화해 단기금융시장에서 맴돌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를 수 있는 물꼬를 튼 셈이다. 늘어나던 가계 빚이 급증했지만 덕분에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2015년과 2016년 경제성장률을 그나마 2.8%로 선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실 참여정부가 부동산에서 실패한 것만도 아닌데, 문재인 정부가 너무 ‘실패’에 집착하는 듯하다.
첫 부동산 대책인 6.19대책은 너무 약했다. 이는 대책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이 거의 아랑곳하지 않은 데서 확인된다. 반면 두 번째인 이번 8.2대책은 너무 강했다. ‘참여정부 시즌2’ 안되려 너무 무리한 게 아닌가 싶다. 대출 받아 집사는 게 일반적인 시대에, 중산층이 대출 받아 서울에 집 사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정부는 투기를 부동산 가격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주택을 투기대상이 되도록 방치 않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투기와 투자의 경계는 분명치 못하다. 5년 전보다 부자들의 숫자와 자산이 2배가 늘었다.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늘었으니 비싼 동네 집값이 더 오르는 건 당연하다. 절대액수 규모가 커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크다. 삼성전자만 올라도 코스피가 오르는 것과 같은 이유다.
지나친 투기는 철저히 규제하는 게 옳다. 하지만 중산층이 집 한 채 갖는 걸 너무 어렵게 하는 건 문제다.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이란 기준은 서울에 사는 상당수 중산층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 실수요자라도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집을 살 이유가 없다. 인플레이션 헤지가 되지 않는 자산은 자산이 아니다. 자산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가계빚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자칫 경제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부동산 투자를 투기로만 몰지는 말자. 그렇다고 나라에서 집한채 씩 나눠줄 것도 아닐테니. 투서기기(投鼠忌器)다. 쥐만 잡으면 되지 장독까지 깰 건 없다.
부동산은 아직도 국민들에겐 가장 큰 자산이다. 집한채 장만하려는 국민 다수를 적으로 몰지는 말자.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도 위험하다. 정권을 바꾸는 것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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