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등 냉장고 에너지음료 가득…일부는 하나 더주는 ‘2+1’ 행사도 200m이내 카페인 음료 판매금지…제재규정 없어 당초취지 빛바래
청소년들이 ‘고카페인 음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올 1월부터 초ㆍ중ㆍ고교 내 매점과 인근 우수판매업소에서 고카페인 음료 판매가 금지됐지만 학생들이 손쉽게 고카페인 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카페인 섭취를 줄이자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용산구 내 학교 주변 슈퍼ㆍ편의점 등 6곳을 점검한 결과, 모두 고카페인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용산구 내 A고등학교 학교 정문 앞에는 슈퍼 두 곳이 영업 중이었다. 두 곳 모두 냉장고에는 에너지 음료 ‘핫식스’와 ‘레쓰비 마일드’ 등 캔커피가 가득 들어 있었다.
모두 고카페인 제품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 함량이 1㎖당 0.15㎎ 이상인 경우 고카페인 음료로 분류하고 있다. 소비자문제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핫식스’ 1㎖당 카페인 함량은 0.24㎎, ‘레쓰비 마일드’는 0.5㎎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B고등학교 정문 앞 슈퍼마켓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슈퍼 주인은 “특히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카페인 음료를 많이 찾기 때문에 들여 놓는다”고 했다. 고교 3학년생인 박모 양은 “시험 기간엔 어쩔 수 없이 벼락치기 밤샘 공부를 해야할 때가 많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카페인음료에 이온음료를 섞어 마시는 ‘붕붕드링크’ 제조법 등도 유행한다”고 했다. 이 고등학교 정문 담벼락에는 ‘여기부터는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입니다’라는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린푸드 존(Green Food Zone), 즉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반경 200m 이내 학교 매점과 우수판매업소에선 고카페인 등의 식품을 판매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 업소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그린푸드 존이라는 이름은 유명무실했다.
학교 인근 편의점들도 ‘고카페인 음료 천국’이었다. C중학교 정문에서 불과 35m 떨어진 한 편의점은 ‘핫식스’ 2개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2+1’ 행사도 진행 중이었다.
한편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 매점과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있는 우수판매업소들은 고카페인 음료를 팔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카페인 과다 섭취를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 우수판매업소는 대부분 학교 매점에 한정돼 있고, 학교 정문만 벗어나면 손쉽게 카페인 음료를 구매ㆍ섭취할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학교 매점과 우수판매업소만 고카페인 음료 판매가 제한되고 나머지 일반 업소는 판매가 가능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처음엔 각성 작용으로 집중이 잘 되는 것처럼 느끼지만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오히려 수면각성 사이클을 방해해 집중력을 저하시킨다”고 했다. 또 “청소년들의 경우 고카페인 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실 경우 철분 흡수를 방해해 빈혈을 유발하고, 칼슘 흡수를 가로막아 뼈 성장에도 저해가 된다”고 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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