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 과잉창업은 실존했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전국 8도 어느 곳에 가도 고개만 들면 치킨집이 보인다. 어떤 분야를 전공했든 결국 퇴직 후에는 누구나 치킨집 사장님이 된다는 웃픈 ‘치킨집 수렴의 법칙’이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매년 수천, 수만 개의 치킨집이 문을 열고 그보다 많은 치킨집이 문을 닫는다. 호기롭게 창업전선에 뛰어든 은퇴자들에게 남는 것은 감당키 어려운 빚뿐이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아무리 대중이 ‘치느님’을 경배하며 갈구해도 매일 튀겨지는 치킨은 그보다 많고, 골목에는 눈물 묻은 전단지가 나뒹군다. 수요를 뛰어넘는 이 과잉공급 현상은 도대체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 그전에 치킨집의 도미노 폐업은 정말 수익성과 경쟁력을 따지지 않은 무분별한 창업 때문이 확실한가. 치킨 공화국의 현실을 통계로 분석해 본다.>

▶경쟁심하고, 수익성 낮은 지역서 외려 치킨집 ‘급증’…비합리적 과잉창업은 실존했다=4일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킨 공화국’ 현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치킨집 신규 창업이 경쟁력와 수익성이라는 사업 기초논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 조사를 기반으로 지역 특성별 치킨집 편중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먼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인구 1000명당 총 업체 수 평균치는 치킨집의 경우에 시-군-구 순서로 높았고, 전체 음식점의 경우에 군-시-구 순서로 높았다. 이 현상은 분석기간 중 매년 동일하게 관찰됐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서울특별시와 광역시)의 구 지역보다 농어촌 지역이 대부분인 군 지역에서 인구대비 치킨집이나 음식점이 많았다는 사실은 일견 예상 밖의 결과다. 특히 고소득 지역의 인구대비 치킨집 수가 대체로 저소득지역과 비교해 적은 경향도 확인됐다. 치킨집 창업이 수요 및 수익성에 기초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또 지역별 인구대비 치킨집 창업 수는 인구대비 총 업체 수와 무관하거나 인구대비 총 업체 수가 많을수록 더 증가하는 현상도 보였다. 역시 치킨집이 지역별 수익성에 기초하지 않은 비합리적 진입, 즉 과잉창업 됐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한 통계분석 전문가는 “시·구 지역에서 직전년도 인구대비 총 업체 수가 많을수록, 즉 치킨집 지역시장의 경쟁강도가 강할수록 오히려 인구대비 창업업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치킨 업계에 수익성에 기초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진입 또는 과잉창업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