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외환시장은 정부정책의 흐름을 보고 움직인다. 미세한 변화에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도 중요한 ‘플레이어’이기에 때론 기싸움, 때로는 물량싸움을 벌인다. 현재 상황은 시장이 기싸움에서 우세한 흐름이다. 경제부처 수장의 교체기와 맞물려 있어서다.

‘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내정 첫날인 지난달 13일 시장에 대형 폭탄 하나를 터뜨렸다. 최 후보자는 “지금 껏 우리나라는 수출해서 일자리를 만드니까 국민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고환율을 강조했는데, 이제 경제성장을 해도 국민에게 돌아오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말이다.

최 후보자의 말은 1기 경제팀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지 않는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이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이란 점에서 봤을 때 현재 경제상황을 보는 인식의 차이는 없다. 단, 1기 경제팀이 실행력을 의심 받았다면 2기 경제팀은 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법 중 기본은 돈(원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당장 임금 인상 등 가계소득을 늘여줄 수 없다면 원화가치 상승을 용인 또는 유도해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 동안 이런 얘기를 대놓고 한 적이 없다. 거의 모든 거시정책이 수출증대를 통한 경상수지 확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수출 기업을 위해서라기보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IMF 외환위기를 경험해본 나라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99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6.6%에 달했다. 보통 한 나라의 적정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의 4% 안팎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과도하다. 밀려 들어오는 달러로 원화 절상 압박이 거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도 31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7억6000만달러)보다 더 많다. 경상수지 흑자의 대부분은 수출입의 차이인 무역수지 흑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곧 들어설 ‘최경환 경제팀’이 환율 하락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 가늠할 수는 없다. 현재 분위기로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지켜볼 ‘각오’가 돼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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