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정작 나를 난처하게 했던 것은 (2004년 2월 발표된 황우석 박사의 인간체세포복제와 이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발표 이후의 일들이었다. 의외로 많은 외신 기자들이 연락을 해왔는데, 그들의 관심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한국에서는 난자를 자유롭게 구할 수 있는가?‘와 ‘왜 그렇게 열광하는가?’였다. 정말 난처한 질문들이었다. 〔…〕얼마 후 ‘네이처’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난자수집과정, 저자 표시,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문제를 기사로 다루었지만 국내에서는 큰 반향이 없었다. ”(김병수, ‘한국생명공학논쟁’ 서문 중)
생명공학 연구윤리와 시민 사회의 역할을 조명한 책 ‘한국생명공학논쟁’(김병수 지음, 알렙)이 최근 출간됐다. 1999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의 생명공학에 관한 사회적 논쟁과 이에 개입한 시민사회운동의 성과와 입장을 정리했다. 생명공학 연구에서의 일반적인윤리적 쟁점과 이것이 한국에서 드러나는 양상, 국내 생명공학 연구를 둘러싼 성과주의 및 애국주의, 과학과 시민사회와의 관계설정 등의 문제를 크게 ‘생명윤리법’ 제정과정과 ‘황우석 박사 사태’를 축으로 담아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에서 제기되고 불거진 생명공학의 여러 쟁점을 다뤘다. ‘배아줄기세포는 만능인가’ ‘인간 배아의 도덕적 지위’ ‘성체줄기세포와 상업화’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유전정보의 사회적 활용’ ‘DNA 프로파일링과 개인정보보호’ ‘유전자 조작 작물의 실태와 이를 둘러싼 논란’ 등의 이슈를 다뤘다.
2부에서는 황우석 사태의 전말과 핵심적인 쟁점, 연구 윤리에 관한 정부 정책과 대중의 반응, 사건에 개입했던 다양한 행위자들의 역할과 목소리 등을 다뤘다. 3부에서는 한국 생명공학 연구 규제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해 생명공학 ‘거버넌스’ 문제를 조명했다. 저자는 생명공학 활동에 대한 국내 최초의 통합적 규제인 ‘생명윤리법제정’(2003년)은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대응해 시민 단체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참여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생명윤리법 제정 운동, 유전 정보 보호 운동, DNA의 데이터베이스 반대 운동 등 생명공학 감시운동의 다양한 양태들을 고찰했다.
결국 저자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과학기술의 연구와 발전, 관련 정책의 결정과정에 시민 사회가 참여하고 개입함으로써 ‘과학기술의 민주적 통제’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5년간 한국 생명공학 연구의 성과와 이를 둘러싼 윤리적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한 다양한 행위자들의 입장을 통해 과학기술 정책에서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재고하고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 김병수는 대학에서 생명공학과 과학기술학을 공부했으며, 참여연대와 생명공학감시연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국민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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