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리커창 총리 주고받기 양국 중대시점서 다양하게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담에서 “중국 고전에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피어야 진정한 봄이다라는 글을 봤다”며 구체적이고 전면적인 보복 중단을 주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4년 한중 관계에 인용한 고사를 그대로 되돌려주며 상호 신뢰를 강조한 것이다. 모처럼 해빙 무드에 들어선 한중은 위기를 맞거나 관계를 개선할 때마다 이처럼 ‘뼈 있는 고사’를 서로 주고 받으며 의중을 표현해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인용한 구절은 명대의 격언서인 ‘고금현문(古今賢文)’ 속 ‘일화촉방불시춘(一花獨放不是春) 백화제방춘만원(百花齊放春滿園)’이다. 이 말은 지난 2014년 시 주석이 방한 직전 국내 매체에 게재했던 기고문에도 인용한 표현이다. 시 주석은 당시 이외에도 ‘바람이 좋으니 돛을 올려야 할 때(풍호정양범ㆍ風好正揚帆)’라고 양국의 관계를 나타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고사를 들은 리 총리는 ‘봄 강물이 따뜻해진다는 건 강물에 사는 오리가 먼저 안다(춘강수난압선지ㆍ春江水暖鴨先知)는 중국 시인 소식(蘇軾)의 시구를 인용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조치가 자연스레 풀릴 것을 암시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의 ‘고사 회담’은 한중 관계의 한 단면이다. 양국은 관계를 발전시키거나 위기 국면에서 불만을 나타낼 때 다양한 고사와 시구를 인용해 의중을 에둘러 전달했고, 상대국 정상이 언급한 고사를 되돌려줘 친근감을 나타내거나 허를 찔렀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의 머리말에서 인용한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민다(장강후랑추전랑ㆍ長江後浪推前浪)’는 고사를 재인용하며 “낯설지 않다”고 호의를 나타냈다.

지난 3월 석동연 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는 한국을 방문한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중 관계가 ‘등관작루’처럼 되길 바란다”고 말해 중국 측을 놀래켰다는 후문이다.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시 ‘등관작루(관작루에 오르다ㆍ登觀雀樓)’는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을 공식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그 시구를 서예작품으로 선물한 바 있다.

사드 위기 때 양국이 주고 받은 고사는 가시가 돋쳤다. 지난해 2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초나라 항우의 사촌 항장이 연회에서 칼춤을 춘 의도는 한나라 유방을 죽이려는 의도(항장무검 의재패공ㆍ項莊舞劍 意在沛公)”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는 북핵을 핑계로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려는 의도라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자 같은 해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라오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풀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추신지불 전초제근ㆍ抽薪止沸 剪草除根)”며 문제의 근원은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유은수 기자/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