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실탄 장전 한투증권 발행어음 ‘날개’…초대형 IB 선점 모험자본 원활한 공급 우려 신용공여 확대는 여전히 난제

대형 증권사 5곳이 지난 13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되면서 한국형 ‘골드만삭스’ 육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초대형 IB‘가 첫발을 떼게 됐다. 하지만 어음발행 등이 가능한 단기금융업은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인가를 받아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투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초대형 IB 4곳은 대주주 적격성, 자본 건전성 등에 대한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연내 출범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관련기사 22면

초대형 IB 5곳은 모두 기업을 대상으로 환전과 대출(신용공여) 업무도 할 수 있지만 대출업무의 경우 대출 한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어서 본격 업무 개시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IB의 출범을 계기로 증권업계가 은행이 잠식하던 기업금융시장에 본격 뛰어들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자기위험을 얼마나 최소화하면서 신생 및 혁신기업에 자금을 수혈,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느냐가 초대형 IB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행어음 업무 선두주자로서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행어음 업무 선두주자로서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8조 실탄 장전한 한투증권, 일단 발행어음 시장 선점=IB시장의 초반 주도권은 일단 단기어음 발행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쥐게 됐다. 한투증권은 만기가 1년 이하인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고, 이 돈의 50% 이상을 기업 대출이나 주식ㆍ회사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약관심사에 보통 10~14일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한투증권은 이르면 이달 내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 규모는 최대 자기자본의 2배인 약 8조7000억원이다. 한투증권은 올해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액 목표치를 1조원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4조원, 2019년 6조원, 2020년 8조원으로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은 “발행어음 허용은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 수탁이 가능하고, 운용제약이 없는 강력한 자금조달원을 보유했다는 의미”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 향상과 자기자본 규모 확대, 추가 대형화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 조달의 성패는 발행어음이 제시하는 금리다. 투자자 입장에서 어음은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다. 다만, 금리가 기대 이하의 낮은 수준이라면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높은 금리를 제시해 위험을 안고 갈 순 없다. 한투증권은 아직 해당 상품의 금리를 결정하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CO)를 통해 발행어음 금리와 만기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모험자본 공급ㆍ국회 문턱 걸린 기업 신용공여 확대가 과제=발행어음 사업이 순항하려면 넘어야할 산이 또 있다. 우선 초대형 IB에 단기 어음발행 업무를 인가하더라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신생ㆍ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최근까지 은행권에선 “원리금을 보장해야 하는 돈을 위험이 있는 신생ㆍ혁신기업에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보류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요구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은행권의 방해행위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이같은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杞憂)임을 분명히 했다. 유 사장은 “은행권이 다루지 못했던 기업을 다룸으로써 금융 경제가 돌아가는데 핏줄과 같은 역할을 하겠다”며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자본 사정이 안 좋은 기업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다양한 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신용공여 한도 확대안의 통과여부도 한투증권의 성패에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무위원회는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업신용공여 범위를 중소벤처기업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정기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유 사장은 “현재 법 한도 내에서는 기업신용공여 대출을 늘려가는데 한계가 있어 반드시 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공여 한도 확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업금융 추진이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에서는 일단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가 된 사항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분위기다.

박민우 금융위 과장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인가시기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단, 단기금융업 인가 목적 자체가 기업금융 활성화 인만큼 유예기간 내 조달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자산으로 편입하지 못할 경우 업무 자체를 영위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래ㆍ양영경 기자/tick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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