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확인해 줄 수 없다” 되풀이

북미 고위급 접촉을 성사하는 데 ‘국정원-미 중앙정보국(CIA)’ 라인이 가동됐다고 한미 소식통이 22일 밝혔다. 2명 이상의 소식통은 헤럴드경제에 서훈 국정원장이 마이크 폼페오 CIA국장과 접촉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인사와의 회동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이 CIA와의 채널을 통해 북미회동의 주요역할을 했다는 추측이 사실임을 확인한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한 헤럴드경제의 질문에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서 원장의 방미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가 1월 중 미국과는 국가안보회의(NSC), 북한과는 국정원 라인을 통해 북미대화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서 원장의 방미는 1월 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복수의 미국 소식통은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 원장이 최소 한 차례 미국을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폼페오 국장이 정례 업무보고 외 시간에 백악관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하순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방남과 북한의 열병식을 준비에 일제히 강경메시지를 쏟아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이 “북한이 올림픽을 납치했다”고 발언했고, 같은날 폼페오 국장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언급했다. 다음날 바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술책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6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올림픽 대화만으론 대단히 중요한 문제들을 다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주에 북한에 대한 추가 단독제재를 감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북한이 열병식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행사로만 치루는 로우키(low key)로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미접촉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통일전문가들은 북한이 열병식 수위를 조절해 남북관계 개선 및 북미대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비밀회동이 결정되기까지 2주의 시간이 걸렸다는 정보와도 맞물린다.

이같은 전개 정황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국정원 또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탐색적 대화의 불발로 차기 대화의 재개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LS-펠로우는 “북한과 미국이 그동안 대화의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무엇에 대해, 어떤 의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냐를 놓고 접점이 마련되지 않아 대화가 없었던 것”이라며 “북미회동의 중재 자체보다 유의미한 대화가 이뤄질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이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탐색적 대화라고 해도 북미간 접촉은 계속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mu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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