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가 9일부터 청와대 상경투쟁을 벌인다.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 조합원들이 중심이 된 투쟁이다.

노조 간부들은 청와대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일 계획이고 군산공장에서는 천막 철야농성도 시작된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있는 회사가 ‘부도 위기’를 언급하며 설정했던 데드라인은 이미 훌쩍 넘어섰다.

노조를 향한 여론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는 기자의 지적에 노조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 밖에 없지 않느냐”는 답을 되풀이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투쟁’으로 돌파해보겠다는 전략이다.

노사 교섭이 지지부진한 사이 한국GM의 자금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6일 나왔어야 할 2017년 성과급은 ‘지급불능’ 상태고 각각 10일과 25일로 예정된 생산직과 일반직 월급도 제대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월 3000억원 가량인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 대금 지급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품을 못 받으면 차 생산은 멈출 수 밖에 없다.

미국 GM본사가 이달 만기인 차입금(1조7000억원) 상환을 또 미뤄준다고 하더라도 부품대금과 인건비로만 약 1조원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돈을 못 버는 기업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망하는 이유가 회사 경영진의 잘못이든 노조의 잘못이든 혹은 둘 모두의 잘못이든 회사가 문을 닫으면 모든 게 끝이다. 노동자들의 투쟁도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다. 죽은 회사와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옛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회사가 문을 닫기 직전인데도 “양보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단협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도 했다. ‘파업권’을 확보하겠다는 수순이다.

지난주에는 성과급 지급이 안 됐다는 이유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무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문하고 나서야 노조는 사장실 점거 농성을 풀었다.

백 장관은 노조 집행부와 만나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가 대승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노사 간 자율 협상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할 것이며 한국GM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노조에게 법 테두리 안에서 쟁의행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상대는 다름아닌 미국의 글로벌 자동차 공룡 기업이다. 장사가 안 되는 국가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철수를 단행해온 회사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공장 철수도 직원들에게 예고하지 않았던 것처럼 부도나 철수와 관련된 후속 조치 역시 전격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를 비롯한 한국GM 경영진들 역시 불안한 마음으로 본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한국 기업에 하던 것처럼 떼를 쓰고 벼랑 끝 투쟁을 한다고 물러설 가능성이 없다. 회사가 더 물러설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게 사실이다.

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ISP) 및 팀장급 직원 감축 등 GM은 자구노력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

노조의 신속한 결단이 없다면 결국 한국GM은 철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철수하지 않더라도 계속된 적자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부도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1만4000명의 한국GM 직원들은 물론 301개 협력사 9만3000여명 등 직간접적으로 15만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결국 한국 경제에 ‘핵폭탄급’ 뇌관이 될 수 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GM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연간 생산손실만 30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무너질 부품협력업체 등 자동차산업 인프라 손실은 추산조차 힘들다.

자동차업계는 “GM이 한국 시장에서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으로 오해하거나 한국 정부가 나서 자신들을 살려줄 것이라고 (노조가) 오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끝까지 투쟁으로 일관한 결과는 수십만 일자리 손실은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과 국가경제에 엄청난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업계의 엄중한 경고가 더이상 경고로만 그치지 않을 시점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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