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등 친환경 기준 있지만 무관심 속 ‘유명무실’ 정책으로
비닐등 과대포장 규제도 헛구호 원가 낮추려다 사회비용 수십배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페트병 등 친환경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들이 제품 제조단계에서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활용 분리 수거 못지않게 제조과정에서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환경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에서는 페트병 재활용율 제고와 경량화를 위해 친환경 기준을 정해놓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대기업은 물론,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수사업소마저 이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환경부가 제시한 페트병 중량기준은 최적 14.4g, 권고 16.2g(500ml 기준)이지만 지난 2016년 조달청 입찰자료를 보면 서울의 ‘아리수’ 용기무게는 350ml 기준으로 20g, 부산의 ‘순수365’는 18g, 대구 고산정수사업소 ‘달구벌맑은물’도 용기무게가 20g에 달한다. 또 인천 남동정수사업소의 ‘미추홀참물’와 대전 송촌정수사업소의 ‘잇츠수’, 광주 용연정수사업소 ‘빛여울수’의 용기무게는 각각 23g으로 환경부 기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관련기사 2면·3면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성남과 청주, 밀양에서 생산하는 ‘미미르’ 400ml를 20g 페트병에 담아 제조하고 있다. A커피전문점의 생수병은 450ml이지만 30g으로 환경부 기준의 2배를 넘게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와 ‘풀무원샘물 by NATURE’를 생산하는 풀무원만 경부정책에 따라 생수병 경량화를 실천해 연간 7030t의 폐기물을 감량하는 성과를 냈다.
환경부 친환경 정책이 무시되고 있는 것은 비단 용기무게 뿐만이 아니다. 환경부가 재활용 등급 3등급으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라벨 접착제는 전주 맑은물사업본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외에는 대부분 지역 정수사업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대기업들도 용기에 직접 인쇄방식이나 라벨 접착제를 사용해 재활용 활용도를 낮추고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주스류와 생수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커피전문브랜드 C와 D대형마트 등은 중소기업들이 환경부 권고를 따라 비접착식 라벨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직접 인쇄를 고집해 재활용 과정에서 이를 선별해야 하고 혼입시 재활용 제품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페트병 재활용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원료의 순도인데 페트병에 붙어 있는 라벨도 이물질이어서 제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라벨링 과정에서 접착제와 직접인쇄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기업의 원가를 5원 낮추기 위해 사회적 비용이 10~20배 늘어나는 꼴”이라며 “환경부 권고에 따라 비접찹식 라벨을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재활용 효과가 90% 이상 높아지고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수천억원대의 사회적 비용이 절약된다”고 지적했다.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제품의 제조업체가 재활용 선별업체들에 지원금을 주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도 허점이 많다. 두유팩으로 사용되는 멸균팩은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워 폐기물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우유갑으로 사용되는 종이팩과 함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품목에 넣어 재활용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회용 비닐 봉투 무상 제공 금지와 과대포장규제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과대포장에 대한 규제는 2013년 법규 개정을 통해 강화되면서 전체 포장의 65~90%를 내용물로 채워야 하고 이중 또는 삼중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도입됐고 과대포장으로 적발되면 기본 100만 원, 3회 이상 적발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생산단계부터 발생 줄이고, 재활용을 쉽게하도록 하는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환경친화적인 처리는 나중이고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재활용사업에 뛰어드는 일이 있는데 정부는 그렇지않은 양심적 기업과 구별해내야 한다”며 “재활용업체에 대한 엄정한 관리감독을 하고 우량업체에는 지원도 아낌없이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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