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물론 2007년에 발표한 ‘10ㆍ4 선언’에서 제시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남한이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주력산업의 성숙기 진입으로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합의된 남북 경협사업이 본격 추진될 경우 초저성장 위기를 극복하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

물론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갈길은 멀다. 제재에서 해제되더라도 경협에 필요할 최소 수십조원에서 최대 수백조원의 재원이 관건으로,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와 국제기구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난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ㆍ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고,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혀 경협 의지를 구체화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협을 재개하긴 힘들지만, 제재가 풀릴 경우 기존 합의가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가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에 있는 만큼 경협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앞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0ㆍ4 선언을 통해 ▷해주 및 주변지역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경제특구 건설, 한강하구 공동이용 ▷제2 개성공단 개발 및 문산~봉동 간 철도 화물수송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안변ㆍ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했다.

이러한 사업들이 본격 추진된다면 초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남한으로선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남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균 9%를 넘었지만, 1990년대 6.7%, 2000년대 4.4%로 뚝 떨어졌고, 2012~2016년엔 연평균 3%에 머물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엔 2.7%, 2030년대엔 1.9%로 더 추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개발을 위한 북한의 투자수요는 예측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충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가 각 기관과 연구소 등의 분석을 종합해 발간한 ‘주요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전망과 경제적 편익’ 보고서를 보면 ▷농업종합개발(82조3573억원) ▷인프라개발(54조2681억원) ▷자원개발(5590억원) ▷관광산업개발(2조790억원) 등 4개 주요 부문의 북한 개발 투자비용이 139조26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경제개발의 토대가 되는 인프라 투자수요는 ▷도로 22조8517억원 ▷철도 18조7196억원 ▷전력 6조4704억원 ▷항만 1조4188억원 ▷산업단지조성 2조 등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정부가 비축해놓은 1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협력기금을 활용해 일부 사업에 착수할 수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 중국 주도로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경제제재 해제와 함께 북한이 국제경제 질서에 복귀해야 한다.

이번 ‘4ㆍ27 판문점선언’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으나 넘고 건너야 할 산과 강이 한 두개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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