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ㆍ자유ㆍ행복順…미국, 덴마크와 대비 -“분쟁의 삶 평화롭게 영위하는 모순 반영”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인들이 ‘평화’라는 단어를 보고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는 ‘비둘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3일 ‘왜 비둘기일까? 한국인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어연합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들에게 평화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생각나는 단어 3개가 무엇인지 응답하도록 한 검사 결과 1, 2, 3순위를 합쳐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비둘기(389회, 13.0%)였다.

이어 ‘통일’(297회, 9.9%), ‘자유’(210회, 7.0%), ‘행복’(176회, 5.9%) 순이었다.

이는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와 성별, 이념에서 같은 결과를 보였다. 20대에서는 비둘기, 통일, 행복, 자유 순으로 나타났다.

비둘기와 통일은 1순위 단어에서도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1순위 단어 가운데는 ‘문재인’(1.3%), ‘노벨평화상’(1.1%) 등이 소수의견으로 있었다.

박 위원은 “한국인들은 평화의 의미를 상징, 개인의 긍정적 정서, 공공의 권리, 사회적 질서, 마음의 평온, 관계, 폭력, 폭력의 부재 순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이 같은 인식은 미국인과 덴마크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화에 대한 단어연상검사 결과와 다소 차이가 난다.

미국인과 덴마크인 81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둘기가 언급된 것은 24회에 그쳤다.

박 위원은 “한국인들은 미국과 덴마크 국민들에 비해 평화를 상징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경제적 이익이나 번영의 측면에서 평화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미국과 덴마크 국민들에 비해 마음의 평온을 평화로 인식하는 비중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인과 서구인의 평화인식의 유사점 역시 존재한다”면서 “한국인이 언급한 긍정적 정서를 표현하는 단어의 비중이 다소 크긴 하지만 두 집단 모두 공공의 권리와 긍정적 정서를 평화의 중요한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위원은 “한국인의 평화인식은 분쟁과 갈등이 고질화ㆍ일상화된 사회 구성원이 보이는 전형적 모습”이라면서 “고질화된 갈등 속에서 출생ㆍ성장한 세대는 적대집단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포함한 분쟁의 삶이 일상화됐으며 분쟁 속에서의 삶 이외에 다른 삶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질화된 분쟁 속에서 과정이 생략된 목표로서 평화는 실체가 없으며 유토피아적 성격이 강하다”면서 “삶과 유리돼 있으며 어떻게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한국인들에게 평화가 비둘기인 이유”라고 말했다.

또 “한국인의 평화인식은 평화를 가로막는 분쟁의 한복판에서 생활하면서 분쟁의 삶을 평화롭게 영위하는 모순적 삶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평화로운 비평화상태, 비평화 상태의 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의 삶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평화롭지 않은 상태라는 사회적 자각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정치적ㆍ제도적ㆍ법적 평화 실현, 평화에 대한 인식 진화, 오늘의 삶에 기반한 평화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단어연합검사는 통일연구원이 국민들의 평화인식을 탐색하기 위해 진행중인 ‘국민과 함께하는 평화구축; 평화의 심리학’ 과제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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