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경기 위축으로 수요 부문의 물가압력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농산물과 서비스ㆍ석유류 등 비용 측면의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경제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자리와 가계소득 등 체감경기가 악화된 상태에서 체감물가가 급등해 소비 등 전반적인 경제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체감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셈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역대급’ 수준의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으나, 전기요금 인하의 영향으로 전체 물가 지표는 안정세를 지속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활동에 따른 수요 부문의 물가 압력은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국제유가나 인건비 부담, 농산물 등 비용 측면의 물가압력은 높은 상태라는 점이다.
계절적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해 경제 내부의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는 지난달 0.9% 오르며 1%대를 밑돌았다. 근원물가가 1%대를 밑돈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크게 올랐던 환율이 급락했던 1999년 12월(0.5%) 이후 거의 20년만에 처음이다. 근원물가는 올 4월 1.4%로 단기고점을 찍은 이후 매월 0.1~0.2%포인트씩 하락세를 지속해오고 있다.
물론 지난달 근원물가가 0.9%에 머문 데에는 한시적인 전기료 인하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근원물가 하락 추세는 기업의 투자나 가계와 정부의 소비 등 경제활동으로 인한 수요 부문의 물가 상승 압력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우리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거의 유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제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비용 부문의 물가 불안 요인은 산재해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지난달 석유류는 전년동월대비 12.0%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를 0.52%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도 1년 전보다 7.0%오르며 소비자물가를 0.33%포인트 끌어올렸다.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외식물가도 2.7%오르며 전체물가를 0.34%포인트 끌어올렸다.
경제활력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가 유지되는 것은 경제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노동ㆍ자본비용 증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비용 증가 등 비용(공급) 측면의 인플레는 경제에 독(毒)이 된다. 특히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에서 ‘비용주도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 나타나면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우리경제 모습이 이러한 비용주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자리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이에 따른 소득개선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물가가 불안해지면 경제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이러한 비용 측면의 인플레 압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부와 관계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도 수차례 생활물가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기재부는 이날 “향후 물가는 폭염 등 농축수산물의 계절적 상승압력이 완화되겠지만 기저효과 등으로 1%대 안정세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추석물가 불안에 대비해 서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성수품의 수급ㆍ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4개 성수품 공급확대와 직거래장터 등을 통한 할인 등 추석 민생대책을 발표했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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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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