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금융 교육을 외면하는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주식 아카데미’를 개설해 직접 투자 교육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금융 교육을 외면하는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주식 아카데미’를 개설해 직접 투자 교육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행복한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 강연… “학교에서 금융교육 이뤄져야…여성친화기업 투자하면 사회 바뀐다”

“한국에는 세 가지가 없습니다. 기업가 정신과 여성인재 활용 그리고 금융 교육이 바로 그겁니다.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중에서도 금융 교육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인데, 자녀를 부자로 만들고 싶다면 사교육에 쓸 돈으로 아이에게 주식을 사줘야 합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올해부터 대형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버스에는 ‘경제독립 버스투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금융 교육의 부재를 안타까워한 그는 ‘독립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직접 교육에 나섰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우리아이 행복한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강연도 하고 있다. 오로지 수능시험에만 맞춰진 우리나라 교육을 강하게 비판해온 존 리 대표는 아이들을 부자로 만들고 싶다면 사교육에 쓸 돈으로 아이에게 주식을 사주라고 말한다.

그는 뉴욕대학교 회계학과 학사 취득 후 1991년 KPMG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 업무를 맡았고, 이후 도이치투신운용 매니징디렉터, 라자드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 등을 거쳤다.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주식 아카데미 개설해 학교 참여 유도할것”= ‘주식투자 전도사’를 자처하는 존 리 대표는 강연이나 언론 인터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녀들에게 경제와 투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주식투자라고 하면 여전히 ‘한탕주의’나 ‘도박’을 떠올리는 사회적 인식은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존 리 대표는 얼마 전 충청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본 교사는 학생들을 위한 경제교육을 부탁해왔다. 그러나 그의 학교 방문은 무산됐다.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투기를 가르치면 안 된다”며 불가 입장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바라보는 교장선생님의 인식이 바로 한국의 현실입니다. 그럴 때는 참 마음이 아프죠.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아이들은 결국 금융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됐으니까요”

존 리 대표는 이러한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버스투어의 다음 단계로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주식투자 아카데미’ 개설을 준비 중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이 학교에 투자 자금을 제공하면 학생들이 그 돈으로 직접 주식을 사서 운용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수익의 50%는 재투자하고, 나머지 50%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이 역시도 미국 모델을 참고했다.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았던 미국에서는 자산운용사가 가난한 아이들을 모아 투자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교육이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학교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메리츠자산운용은 자사의 고유 자금으로 미성년자가 주식 거래하는 것에 법적 문제가 없는 지 검토 중이다. 아카데미가 실현된다면 제도권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실제 주식투자를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대학 졸업 때까지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지 주식투자는 전혀 모른 채 살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삼성전자나 아마존 같은 회사에 투자하며 회사의 강점, 사업 스토리는 물론 그 나라의 정치, 경제를 공부하며 자란 아이는 스펙만 쌓아온 아이와 전혀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갖게 됩니다. 회사 면접장에서 내놓을 답변부터 달라지게 될 겁니다”

“노후준비 안 하는 한국인들…지금이라도 주식사라”=존 리 대표는 이토록 주식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로 노후준비를 꼽았다. 그는 자녀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본인의 노후준비는 소홀한 부모들의 현실에 매우 답답함을 표했다.

“서양에서는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지는 반면 한국은 그동안 자식에 의존해왔어요.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하다 보니 노후준비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거죠. 이제 자식이 노후를 책임져 줄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존 리 대표는 잘못된 경제지식 중 하나로 ‘원금보장’을 꼽았다. 국내 퇴직연금의 92%가 원금보장 상품에 쏠려 있는 것을 언급하며 “원금보장은 결국 돈을 땅에 묻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월급을 안 쓰고 통장에 그대로 넣어두면 그것으로 노후준비가 됩니까? 인플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바로 주식투자의 출발입니다. 30년간 내가 일하는 동안 돈도 똑같이 일하게 해야죠”

오랜 기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존 리 대표는 장기투자의 수익률을 맛봤다. 세계 최초의 외국인 전용 한국투자펀드인 ‘코리아펀드’를 1991년 설립자로부터 넘겨받아 15년 동안 운영하며 누적 수익률 1600%를 거뒀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10년 만에 각각 140배와 70배의 수익을 올린 사실은 아직도 업계의 전설이다.

그는 노후준비를 위한 주식투자의 전제조건으로 ‘절약’을 강조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그 돈을 주식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존 리 대표 역시 흔한 자동차조차 없다.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고집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그의 두 아들 역시 자동차를 사지 않고 우버(UBER)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도 그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5000원짜리 셔츠를 입고 마주했다.

“노후를 준비하려면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해요.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면 당장 없애고 차도 팔아야 합니다. 그 돈으로 자녀를 위해 주식을 사주세요”

존 리 대표는 부동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최근 시작한 파주 생활을 예로 들었다. 주말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주변에 여전히 빈집과 땅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될 텐데 왜 비싼 아파트에서만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싼 아파트 살 돈을 아껴 주식에 투자하고, 60대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친화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존리 대표는 여성친화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국내 최초로 구상중이다.

최근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여성이 활약하는 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결정한 일본 공적연금(GPIF) 미즈노 히로미 CIO(기금운용본부장)이다. 존리 대표가 오랫동안 생각했던 부분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은 지난 7월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기업을 모아 만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일본 여성활약지수(MSCI Japan Empowering Women Index)를 따르는 펀드에 투자를 결정했다.

예컨대 여성 고용 비율, 성별 근속 연수, 여성 임원 비율 등을 토대로 기업이 여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살펴보고 ‘여성친화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적 투자’의 일환이다. 운용액만 1조2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이르는 투자계 ‘큰손’의 이같은 움직임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는 무엇보다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여성인력의 활용을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존 리 대표는 “일본처럼 무조건 ‘여성인덱스’에 들어가는 회사만 투자하라고 하면 사회가 안 바뀔 수 있겠냐”며 “여성에 대해 좋은 정책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결과적으로 주가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나래·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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