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굉장한 발전 사회책임투자 통한 순기능 생각해봐야 “정치권과 언론이 국민연금의 수익률에 대해 너무 떠들면 안 됩니다. 작년까지 수익률이 좋았는데 불과 최근 6개월 수익률을 놓고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을 두고 당장의 수익률을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약 638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다. 지난해 7.3%를 기록한 국민연금 수익률은 올해 상반기 0.9%로 뚝 떨어졌다. 국내 주식 부문에서 5.3%의 손실을 본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국민연금 기금 위탁운용사 입찰에 참여했지만 심사에서 떨어진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존 리 대표는 투자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적어도 5년은 봐야 합니다. 하지만 수익률을 놓고 저렇게 질타가 쏟아지는데 국민연금으로서도 짧게 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저서는 물론 각종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회사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올라가게 돼 있고, 주가는 언젠가 그 기업의 적정가치에 도달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인들은 단기 수익률에 과도하게 집착합니다. 당장의 주가 하락에 굉장히 큰 상실감을 느끼죠. 하지만 20년 후에 얻게 될 수익을 생각하면 지금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존 리 대표는 수익률보다 투자하기 전 매니저가 얼마나 연구했고, 투자 과정이 얼마나 투명했는지가 주요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을 결정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대해선 “굉장한 발전”이라면서도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연금 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존 리 대표는 “말이 안 된다.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담당자는 연금을 건실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임무다. 투자한 기업이 제대로 경영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도 당연한 의무다. 경영을 엉터리로 하고 자식에게 회사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물려주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제 그것을 문서화하자는 것이다”

존 리 대표는 나아가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로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익률처럼 숫자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SRI)를 통해 굉장히 좋은 순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런 철학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착한 투자’라고 불리는 SRI의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술이나 도박, 담배 관련 회사 등에 투자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