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 넘겨 정쟁에 부실·밀실심사 불보듯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법정시한을 넘기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예산안이 법정기한인 이달 2일 처리되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19 회계연도 개시와 함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에 착수하는 한편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런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관련기사 6면 게다가 예산 심의 기간에 경제부총리의 교체까지 겹치는 경제수장 공백으로 정부 정책도 일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로서는 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한 대(對)국회 활동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마련 등을 이번주에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3일 기재부와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주말 예산결산특위에서 예산안 심사를 끝내지 못하자 여야 간사들이 참여하는 예산심사 ‘소소위’를 가동해 쟁점 항목에 대한 막판 심사를 벌였지만, 쟁점이 많아 결국 법정기한인 2일을 넘겼다. 예결특위에서 보류로 넘긴 사업이 246개에 달하는데다 남북경협과 일자리 예산은 물론 정부 특수활동비, 공무원 증원 예산에서도 여야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한 4조원 규모의 세입 변동분에 대한 대책을 놓고도 대립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국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내년도 예산안이 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안’으로 정밀 심사해야 할 쟁점 사안이 많았다. 그럼에도 야당은 청와대 인사에 대한 불만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예산안 심사를 ‘보이콧’하는가 하면 4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 보완을 요구하며 심사를 중단했고, 이에 정부ㆍ여당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국회가 스스로 개정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로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민생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국회는 국회법이 개정돼 처음 시행된 지난 2014년에는 예산안을 법정시한에 처리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시한을 몇시간 넘겨 새벽에 예산안을 처리함으로써 국회법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야가 바뀐 지난해 법정시한을 일주일 정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함으로써 국회법을 무력화시킨데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게 됐다.
정부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4일에는 홍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홍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ㆍ근로시간 단축 등 핵심 정책 및 확장적 재정정책 등이 주요 검증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경우에 따라선 예산안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기재부는 이달 중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해 발표해야 하는데,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확정돼야 이를 경제정책 방향에 반영해 확정할 수 있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내년초 예산 집행에도 부분적인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예산안의 감액과 증액이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는 소소위에서 이뤄지면서 국민들의 혈세가 부실ㆍ밀실 심사와 정치적 흥정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민생을 개선하는데 보다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길 국민들은 기원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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