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직장인에서 주식부호 톱10 신화 미증유 대기업집단 소유경영 분리 선언 ”산전수전 국민애환 알기에 과감한 시도“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한국의 현대 경제사의 부침이 고스란히 담긴 셀트리온 ‘샐러리맨 신화’에 서정진 표 ‘경영 신화’가 덧붙여졌다.
샐러리맨 창업 벤처로 시작해 재벌 2,3세와 어깨를 나란히 한 국내 주식부호 ‘톱10’ 서정진(62) 셀트리온 회장은 ‘기업 집단’의 수장 답지 않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했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고 돈의 위력을 본 이후, 더 큰 확대재생산을 노리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내려 놓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내 대기업 중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곳은 거의 없다. 어쩌면 그가 공채를 봐서 입사하고,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었으며, 보통사람들의 애환을 잘 아는 샐러리맨 출신이기에 이같은 과감한 결단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필부필부 출신의 자수성가형이라도 일단 높은 위치에 오르면 기업가의 생리에 빠져들게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결단이 현실화하는데에는 숱한 자기제어의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샐러리맨 신화= 서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준 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보유 주식 가치로 현대기아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비슷한 액수를 기록하며 10위에 올랐다.
그는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1985년에는 공공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했다. 당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인연이 돼 불과 34살의 나이에 대우그룹의 임원으로 영입돼 자동차 분야 등의 업그레이드에 몰두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회사를 떠나야 했던 그는 암중모색과정에서 정보통신벤처 붐을 만난다.
그는 꽤 오래 관망해 보았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닷컴으로 대표되는 IT벤처붐의 옥석이 가려져 망할 곳은 망하고, 몇몇은 살아남던 2001년, 서정진은 정보통신보다는 바이오에 눈을 돌리고, 대우자동차 시절 만난 옛 동료 10여명과 바이오기업을 창업,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에 매달렸다.
아무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지 않던 2005년 미국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던 서 회장은 우연히 항체의약품 특허가 2014년 전후에 대거 끝난다는 정보를 듣고, 항체의약품과 효능은 비슷하되 가격은 35% 이상 싼 바이오시밀러의 잠재력을 깨닫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2005년 미 다국적사 BMS와 첫 위탁생산 계약, 2008년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 잇달은 공장설립, 2012년 식약청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제품 허가 획득, 2013년 유럽의약국(EMA) 허가, 2016년 미국 시장 진출 성공, 80여개국 시장 확보 등 신화가 이어졌다. 현재 램시마의 피하주사제형인 ‘램시마SC’의 글로벌 임상3상이, 종합독감 항체 신약인 ‘CT-P27’의 임상도 진행 중이다. 직결장암, 대장암, 류마티스 관절염, B형 간염, 독감백신 등도 개발하고 있다.
실험실 성공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간파한 서정진은 다른 벤처기업인이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던 ‘문전 처리’ 즉 제품의 상용화, 독자화, 판로의 계열화를 위한 노력을 연구개발 만큼이나 기울였다.
신화는 철저히 내가 디딘 발 위에서 현실성 있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대박 조짐을 보았다고 이상 만을 좇아 현실을 보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서정진을 몸소 실천했다.
▶‘경영 신화’ 선언= 서회장은 최근 “2020년까지 해외 직접 판매망을 갖추는 작업을 끝내면 회사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 예정에 없이 전격 등장해 “화이자 등 38개 해외 제휴사에 지급해온 판매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국에 판매 법인을 설립해 직판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한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침을 밝혔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직접 판매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시스템을 상당 수준 갖춘 뒤에는 물러날 시기까지 명시했다. 아울러 경영세습 가능성도 어느정도 차단했다.
서 회장은 “내가 물러난 이후 회사 경영은 후배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계열사에 있는 장남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씨는 화장품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서 회장 차남은 셀트리온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 회장 동생 서정수씨는 화학의약품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 대표이다.
대기업의 ‘소유-경영 분리’는 과거 기아자동차가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한마디로, 책임경영을 하지 않고 방만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강력한 오너십의 현대자동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다시 도약했다.
서 회장의 ‘경영 신화’ 선언은 아직은 도전이다.
그가 만약 ‘전문경영인도 책임경영하는 체제’를 만든다면, 경영학 개론의 일부 챕터 뿐 만 아니라, 이른바 ‘경영자의 경영학’, ‘자본가의 경영학’, ‘오너 세습 경영학’ 매뉴얼도 바뀌어야 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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