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G 장비 공략ㆍ보호무역 대응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지난해 삼성이 미국에서 집행한 로비활동 액수가 역대 두번째 규모인 312만달러(약 35억원)에 달하는것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ㆍ중통상갈등 등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견제를 받는 틈을 노려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시장 내에서 입지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ㆍ조사 전문 민간단체 책임정치센터(CRP)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삼성전자 현지법인과 로펌 등을 통해 총 312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의 역대 최고 로비지출액(350만 달러ㆍ약 39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전자업종 기업 및 협회 중 로비자금을 가장 많이 지출한 회사 순위로는 상위 9위에 올라, 전년 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삼성보다 로비자금 규모가 큰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718만달러)ㆍ퀄컴(600만달러)ㆍ오라클(547만달러)ㆍ애플(509만달러)ㆍIBM(395만달러)ㆍ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384만달러)ㆍ소비자기술협회(CTA)(363만달러)ㆍ지멘스(315만달러) 등이었다.
외국 업체 중 삼성보다 더 많은 로비자금을 쓴 기업은 독일 지멘스뿐이다. 인텔(307만달러), 휴렛패커드(302만달러), 델(278만달러) 등이 삼성 뒤를 이었다.
삼성의 미국 로비활동 규모는 트럼프 정부 들어 눈에 띄게 증가 추세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2년간 로비활동 규모(662만 달러ㆍ약 74억원)가 오바마 2기 행정부(2013∼2016년) 4년간의 규모(604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삼성이 가장 집중적으로 로비활동을 벌인 이슈는 무역ㆍ통상(Trade) 관련으로, 총 81건 가운데 13건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로비가 많이 집중된 이슈는 전자통신(Telecommunication)으로 총 10건에 해당했다. 재작년에는 건수 기준으로 7위에 머물렀던 전자통신 이슈가 지난해 2위까지 급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하면서 화웨이(華爲), ZTE(중싱<中興>통신) 등 중국 통신장비 사업 강자들이 주춤한 틈에 5G 통신장비 시장의 장악력을 키우고 사업 기회들을 모색하려 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7년까지는 5% 안팎 수준이었다가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기준 지난해 2분기 약 11%로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화웨이(28.9%)와 비교하면 시장 내 존재감이 크게 약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G 통신장비를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또 지난 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경기도 수원사업장의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을 방문해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5G 사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