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했다. 두 살 터울의 동생과 다투면 아버지는 항상 같이 혼내셨다. 형의 불관용에 대하여 회초리를 드셨다. 형에게 대드는 동생의 불경을 엄히 꾸짖으셨다. 지나고 보니 옳으셨다. 세상에는 한 쪽에서 보지 못하는 반대편이 있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이 없다고 쉽게 말하면 안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절반도 아니고 3심 중 이제 겨우 1심이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을 둘러싸고 나라 전체가 용광로보다도 뜨겁다. 우리는 분명 정서적으로 피가 뜨거운 민족이다.
1년 가까이 이 칼럼을 쓰고 있지만 정치적인 사건에 대하여는 처음 글을 쓴다.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논리를 떠나 사법부의 존재 이유와 독립이라는 국가의 기본 질서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소송을 경험한 변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김 지사에게 선고된 1심 판결에 대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김 지사를 구속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형사법의 원칙상 구속은 증거인멸과 도망의 위험성이 요건이다. 김 지사에 대한 사건은 특검의 수사를 통하여 증거가 확보되었고 이를 근거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었다. 갑자기 증거인멸을 할 새로운 위험성이 별로 없다. 그리고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현직 도지사가 어디로 도망 다니겠는가.
더욱이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다른 전직 도지사는 불구속으로 재판받다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런 점에서 법과 재판의 생명인 형평성도 문제이다. 우리 헌법은 형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김 지사도 법 앞에 평등하여야 할 국민의 한 사람이다, 왜 김지사만 확정되지도 않은 1심 판결로 법정구속까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둘째, 명백한 증거도 없이 정치논리로 사법을 흔드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는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다수결 원칙에 입각하여 법을 만든다. 이러한 다수결의 폐해에서 소수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법을 만들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관의 재판에 승복하기로 약속하였다. 판사도 인간인지라 혹시 오류를 범할 것에 대비하여 3심과 재심 제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국가의 틀을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판결이 불만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하면 안된다. 그건 국가의 틀을 깨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재판 당사자인 김 지사뿐만 아니라 여당에서 법관을 법리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이유로 비난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셋째, 판결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판결의 문제점을 법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보장되어야 한다. 여당에서도 법률 전문가를 통하여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판결을 지지하는 보수적 성향의 변호사 모임에서도 의견을 발표하였다.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법리적 비판에 항소심 법관들이 압박을 받지 않을거라 믿는다,
때론 좌우로 흔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분명 앞을 향해 진보하고 있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다양성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사 이치가 이처럼 간단함을 가르쳐주시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회초리가 그립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think@heraldcorp.com
![86세 사미자, “단어 잘 안 떠올라” 치매 일까?…치매와 건망증 차이는 [그들의 건강美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8.d06bc010b97e4720abe8ba08bd68428e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