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기 “시행 국가 별로 없다”…G7 국가 중 독일만 도입 안해 - 차등의결권 시행 중인 글로벌 기업들 경영성가 월등히 높아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차등의결권 도입에 반대를 하는 박 장관의 논리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올해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반면 경영권 방어 수단의 도입에 대해 “(경영계의 상법 개정) 반대 논리 중 하나”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차등의결권을 콕 집어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별로 없다”고 단정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창업자 등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하지만 재계의 주장은 다르다. 우선 박 장관의 인식과 다르게 주요국들은 대부분 차등의결권을 시행 중이다. 실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이 포함된 G7 국가들 가운데 독일만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았다.
국제적인 추세 역시 차등의결권 도입이 무게가 실린다. 세계 기업공개(IPO) 시장점유율 1위인 홍콩은 25년 만의 상장 제도 개혁을 통해 작년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 역시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장관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국가에서만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글로벌 경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미보유 기업들에 비해 수익성, 안정성 등을 나타내는 경영지표 항목들에서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작년 3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들 가운데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당기순이익이 155.8% 증가한 반면 미보유 기업들은 48.5% 증가했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의 경우 차등의결권 보유기업은 358.4% 증가한 반면 미보유 기업은 92.5% 증가에 그쳤다. 차등의결권 미보유 기업들은 10년 전보다 부채비율이 178% 늘면서 재무구조 안정성도 크게 훼손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IT 대기업들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등 국제적인 경영 흐름이 경영권 보호 장치를 통해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의 경우 경영권 보호 장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자사주 매입 정도인데, 이건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연구개발에 쓸 돈을 쓸데없는 데 지불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서만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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