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후 ’경찰 폭행‘ 했는데 ‘조울증 있다’며 정신병원행 -일선 경찰서 ‘경찰 비꼬는 행위’, ‘폭행’ 등 빈번해 -전문가들 “공권력 행사하는 현장경찰관 보호해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ㆍ김민지ㆍ박자연 인턴기자]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례가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공무집행방해 건수 역시 증가 추세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 다수는 ‘친절한 경찰’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시민에게 친절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역으로 ‘만만한 경찰’, ‘매맞는 경찰’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취자 제압과정에서 대응을 잘못했다간 과잉대응 징계가 내려지기도 해 이 역시 일선 경찰을 괴롭히는 요인중 하나로 꼽힌다.

14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는 한 남성 취객(34)이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취객은 이날 주점에서 술을마시고 술값을 내지않아 영업방해 혐의로 지구대에 붙잡혀온 상태였다. 술에 취한 그는 지구대에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고,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 지구대 난동의 당사자인 그는 그러나 경찰서 유치장 대신 인근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뒤늦게 지구대를 찾은 그의 부모가 “아들이 지난 2005년부터 조울증을 앓아왔다.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병력이 있다는 얘기에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보냈다”면서 “치료를 마치면 그후 경찰서로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지구대ㆍ파출소 근무자들은 민원인과의 마찰이 적지 않게 빚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찰을 일으키는 민원인 상당수는 술을 마신 사람들이다. 2017년 11월 경찰청이 발표한 ‘주취폭력 및 공무집행방해 사범 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2017년 9월11일부터 10월31일까지 51일 간 특별단속 기간에만 1800건의 경찰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접수됐는데, 이중 74.4%는 주취자와의 사이에서 발생한 경우였다.

상당수 주취자들은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경찰관을 폭행했다. 하지만 일선경찰관들의 현장 대응은 쉽지 않다. 경찰에게 요구되는 ‘민주경찰’, ‘친절경찰’이라는 슬로건 때문이다. 아울러 일선 경찰관들은 사건 처리 후 ‘과잉 수사’로 징계를 받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했다.

강동경찰서 소속 지구대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너도 버닝썬 경찰처럼 되고 싶냐’는 말이다”라면서 “만취상태인 민원인과 다툼이 생기면 ‘민주 경찰이 시민한테 이래도 되냐’는 빈정대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럴때마다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동작경찰서 소속 한 지구대 관계자도 “현장에서 주취자와의 다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해봐야 되레 과잉진압 논란이 생길 수 있어 손을 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경찰관이 주취자 민원인을 폭행하면 문제가 커지는데, 주취자 민원인이 경찰관을 폭행하는 일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생하고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는다”면서 “주취자가 왔을 때 경찰이 쓸 수 있는 물리력이 많지 않다. 물리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늘어날수록 경찰의 공권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공권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경우 경찰관들이 따로 나서서 개별적으로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공무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논란이 있을 때 경찰 조직 차원에서 문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의 인권, 우리사회를 지켜주는 공권력의 중요성도 꼭 고려해야 할 문제”라면서 “우리사회가 바람직하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