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공정경제의 이른바 ‘아이콘’이었던 김상조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떠나 청와대로 갔다. 공정경제 외에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현 정부 경제정책의 3대 기조를 모두 살펴야 하는 김 실장이 향후 공정경제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2017년 6월 당시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연도별 공정경제 구현 로드맵을 마련했다. 임기 1년차에는 현행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2년차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점 과제는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개선이었다.

실제 재임 2년간 목표한 성과를 일정 부분 달성했다. 지난 2017년 3월 541명이었던 조직 인원을 올해 3월 654명까지 113명 늘렸다. 기업집단국, 유통정책관 등 국 단위 조직 2개를 신설했고, 지방사무소 조사 인력을 보완하고 디지털분석과도 만들었다. 짧은 기간 내 인원이 이처럼 빠르게 늘어난 전례가 없었다. 하이트진로, LS전선 등 부당내부거래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적발, 121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맹분야 필수품목에 대한 정보공개를 확대했다. 공정거래법과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각각 38년, 17년 만에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미완의 과제가 남아있다. 부처 간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국회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유관부처와 함께 하도급 공정화를 위한 범정부 대책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각 부처 특고 유형마다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 정보공개서 등록ㆍ취소, 분쟁조정 업무를 안착시켜야 하는 문제도 있다.

김 실장은 청와대에서도 완성하지 못한 과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후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누가 오든 김 실장이 주도권을 잡고 재벌개혁, 갑을관계 개선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먼저 김 실장은 후임 위원장과 함께 국회 문턱에 막힌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힘쓰겠지만 야당과 경영계의 반대가 여전히 거세다.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고 이후 계류 중인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김 실장은 청와대에서 각 부처 간 협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지만 이해관계를 좁히는 과제는 여전히 난망하다. 김 실장도 스스로 “정부 조직에 들어온 후 부처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성과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실장은 공정위에서 모범규준과 스튜어드십 코드 등 연성규범(soft law)을 통해 성과를 냈다.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 편의점 업계에 타 브랜드간 근접출점 제한하는 자율규약 등이 대표적이다. 연성규범은 법과 달리 강제성이 없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의 맨파워(Man Power)를 기반으로 만든 결과물들은 김 실장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이 사라질 수 있다.

차기 공정위원장으로 누가 지명되느냐에 따라 목표 달성 여부가 갈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 내부에선 김 실장에 대해 역대 위원장 가운데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인물로 꼽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강도 높게 일했지만 오히려 외부인 접촉 보고, 민간기관 재취업 특혜 금지 등으로 인해 불만은 커진 상황이다. 차기 위원장은 내부 직원을 독려하고 단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외부보다는 공정위 출신 인물이 후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바라는 것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라며 “김 실장은 향후 경제민주화 성과를 내기 위해 공정위를 재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대기업에 대한 사전규제를 줄이고 경쟁 촉진, 투자 활력 제고로 방향 전환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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