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검색하고 공유하는 ‘나만의 맛집’ -중심 없는 을지로 상권…‘힙지로 투어’ 경험으로 -단순한 새로움 넘어…한 세대 문화와 역사 가치
[헤럴드경제=박로명ㆍ이유정 기자] 최근 ‘힙(hip)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을지로 일대. 낡은 인쇄소와 철공소가 휴화산처럼 잠자던 공간에 새로운 가게들이 분출하며 상권이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오래된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젊은층 사이에 ‘힙지로’라는 별명까지 얻은 을지로의 매력은 무엇일까. 을지로를 힙하게 만드는 숨겨진 요소들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모든 길은 SNS로 통한다 = ‘밀레니얼(1980~2000년대 출생) 세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일상화된 세대다. 이전 세대가 네이버ㆍ다음 등 포털로 맛집을 검색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인스타그램ㆍ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맛집을 찾는다. 특히 이들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 뿐 아니라 공간의 복합적인 이미지를 소비한다. 결국 남는 것은 인상과 경험 그리고 ‘인증샷’이기 때문이다. 사진 한장에 담기는 함축적인 공간은 긴 글보다 큰 위력을 발휘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희귀한 공간이나 상품을 선점해 이를 SNS에 공유하는 활동을 하나의 놀이 문화로 여긴다. 을지로 인쇄골목 사이사이 숨어있는 카페ㆍ음식점ㆍ주점 등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용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은 ‘남들이 안 가본 근사한 곳’을 경쟁적으로 찾아 다니며 인증샷을 올린다”며 “호기심도 있지만결국은 사진을 통해 자기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밀레니얼 세대는 SNS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인증샷을 통해 퍼져나가는 힙플레이스들은 떴다 지는 것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중심이 없는 골목, 투어를 떠나다 = 을지로의 상가 구조는 특정 장소에 가면 모든 게 몰려있는 구조가 아니다. 마치 거미줄처럼 방사된 상권에서 방문객들은 가게를 찾으러 발품을 판다. 임대료가 저렴한 2~5층 건물에 자리 잡은 젊은 가게는 더욱 꼭꼭 숨어있다. ‘힙지로 투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압구정은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을지로는 그렇게 볼 수가 없다”면서 “찾아가는 재미가 생기고 또 다른 경험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을지로의 미로 같은 구조는 노포(老鋪)를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난 데도 영향을 미쳤다. 이 관계자는 “조선옥이 창화루(뉴트로 감성의 종합분식집) 옆이다. SNS에서 본 창화루에 갔다가 옆 골목의 조선옥을 알게 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저긴 뭐지?’ 싶은 거다”라며 “젊은 가게와 노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른 상권엔 없는 을지로만의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경험하지 못한 과거…뉴트로의 가치 = 오래된 을지로 골목엔 ‘날것’의 매력이 있다고 방문객들은 입을 모은다. 대학생 이성운 씨(25)는 “성수동이 기획된 힙이라면, 을지로는 날것의 힙”이라고 구분했다. 중장년층에게는 친숙한 투박함이 젊은 세대에겐 신선한 재미 요소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트로 트렌드는 옛 것의 기본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거기서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옛 것 자체도 새롭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단순히 새로운 것을 넘어 한 세대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점도 뉴트로가 번지는 동력이 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복고풍 유행은 항상 이어져왔고 역사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와 의미가 부여된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만큼 과거를 찾는 시기가 빨라지겠지만 지나친 상업화와 마케팅, 소비에 대한 피로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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