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임원 인사 통해 대내외에 ‘강한 메시지’

과거의 승리에 안주하다간 도태 위기감

지주체제 강화 통해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신속한 의사결정…유통BU장에 계열사 전결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과거 50년간의 성공방정식을 모두 버리라는 의미다”(롯데지주 고위 관계자) “기존 롯데의 판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다”(롯데 계열사 관계자)

19일 롯데그룹의 임원 인사 뚜껑이 열리자 롯데맨들이 크게 술렁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기존의 판을 깨는 정면돌파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간 각 계열사에서 나돌던 설(設)에 “절대 그럴리 없다”며 손사레를 쳤던 롯데맨들의 충격이 상당하는 얘기다.

특히 이번 임사는 신 회장의 강도 높은 주문에 이뤄졌다. 그간 각 계열사별 인사는 각 사업부문별 BU장의 목소리가 컸었지만, 이번 인사는 신 회장이 직접 판을 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판을 뒤흔드는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조직 변화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유통 1등 기업’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다간 지금의 자리도 위태로울 있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이번 인사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신동빈號 지주체제’ 대폭 강화=롯데의 이번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주체제가 대폭 강화됐다는 점이다.

신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이 지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동 대표가 된 것이 핵심이다. 그간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 공동 대표로 운영됐지만, 이번 인사로 송 부회장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3자 대표 체제가 구축됐다.

송용덕 롯데지주 공동대표.
송용덕 롯데지주 공동대표.

송 부회장은 롯데호텔로 입사해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호텔 업무를 현장에서부터 경험한 보기 드문 임원이다. 지주가 롯데호텔 상장이라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묵은 숙제가 있는만큼 호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송 부회장이 이 업무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호텔&서비스BU장으로 선임된 이봉철 부회장은 지주 내 재무통이다. 송 부회장과 함께 호텔 상장 업무를 추진한다면 현장과 재무 전문가의 협업으로 시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송 부회장은 또 컨플라이언스나 재무, 인사 등 지주 내부 살림을 직접 챙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황 부회장은 지주의 전략이나 기업 인수·합병(M&A), 해외 사업 등 주로 대외 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롯데기업문화위원장, 한·인니 동반자협의회 이사장 등 기존에 맡았던 직책도 유지한다.

▶유통 사업 살리려…BU체계 대수술=이번 인사의 방점 중 하나는 바로 유통BU 부문이었다. 올해 유통BU 내 계열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한만큼 14개 계열사 중 7개사 대표가 전면 교체된 것이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을 경영하기 시작한 후 면면히 이어진 ‘성과주의’ 원칙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철저히 지켜진 셈이다.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이와 함께 강희태 유통BU장의 역할에도 무게가 실렸다. 강 BU장이 롯데쇼핑 계열사를 모두 직접 챙기며 유통 사업을 총괄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롯데그룹은 지난 2016년 10월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계열사의 책임 경영을 선언했다. 이에 백화점, 마트, 홈쇼핑, 하이마트 등 계열사 별로 내년 사업 계획과 실천, 인사 등을 모두 대표에게 일임해 진행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에서 계열사 대표-유통BU장-회장으로 이어지는 결제 체계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당초 ‘옥상옥’이라 불리는 BU 체계를 개편할까 생각도 했지만, 최근 채널별로 융합되는 유통 환경을 고려해 BU장이 총괄하는 사업 구조로 개편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계열사 대표는 일종의 사업부 본부장 형태로 업무 영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이다.

▶실전형 젊은 대표 전진 배치=유통 계열사 신임 대표들의 면면을 보면 롯데 역시 이마트나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처럼 젊은 인재를 계열사 대표로 배치했다. 특히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실전형 인사를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전진 배치하며 조직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백화점 사업부장으로 발탁된 황범석 롯데홈쇼핑 영업본부장(전무)이다. 황 신임 대표는 1965년생으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1957년생)나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1960년생)보다 어리다. 전임인 강희태 유통BU장(1959년생)보다도 6살 적다. 특히 사장급 인사가 맡던 백화점 대표 자리에 전무급 인사가 간 탓에 내·외부에서는 파격적인 발탁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사업부장은 홈쇼핑에서 LBL 등 고급 자체 브랜드(PB)로 성과를 내며 상품 소싱 능력면에서 신 회장의 눈 도장을 확실히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백화점이 해외명품과 리빙 등 일부 상품군에서만 성과를 내는 절름발이 성장을 하는 만큼 황 사업부장의 입성으로 다양한 상품군에서 균형있는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롯데슈퍼와 롯데e커머스 등을 이끌 사업부장도 남창희 롯데마트 전무와 조영제 롯데지주 전무가 내정되는 등 1960년대 중반 생인 전무급 인사들이 계열사 대표를 차지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최경호 전무가 맡게되는 등 직급이나 나이대가 대폭 내려갔다.

롯데지주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롯데가 기존의 성공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을 선도하고자 세대교체 및 미래 먹거리 확보에 중점을 두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 특징”이라며 “과거보다 대표들의 연령이 1960년대 중반 이후 생으로 어려지고 실전형 인사 위주로 구성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