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제한에 일대일 면담 못해

경기 악화에 희망퇴직도 주저

재택근무 등 사회적 분위기도

기업 구조조정 추진 어렵게 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협 현실화를 인정하는 등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들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으로까지도 영향권에 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급랭으로 희망퇴직 신청자가 급감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진행 중인 희망 퇴직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1대1 면접 등에 애로를 겪으며 구조조정 과정이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재택 근무 흐름도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으로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코로나 19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두산중공업은 신청자에 대한 일대일 면접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건설 현장이 다수인 두산중공업의 영업 환경이 희망퇴직 절차 진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입국제한 국가가 100개국을 넘어서는 등 해외 현장 근로자들의 이동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구조조정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산은 “당초 지난주까지 받기로 예정된 두산중공업의 희망퇴직 접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로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통한 면담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측도 “면담, 심의 등 진행 절차에 시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아예 면담 절차 등을 최소화하거나 생략한 채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사례도 목격된다. 올해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현대로템은 3월 중 책임매니저 이상 급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신청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별다른 면담 없이 자격을 갖춘 신청자는 모두 받아들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저가항공업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승무원이 아닌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신청받고 있다.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면담 등을 진행해야 하지만, 경영상의 긴박성과 대면 면담을 피하기 위해 이들 항공사들은 무급휴직 신청시 별도의 면담 없이 대상자를 받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통상 희망휴직의 경우 신청 사유를 면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이번에는 회사가 추진하는 만큼 사유를 따지지 않고 코로나 19 확산우려로 별도 면담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2월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이 희망 퇴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희망퇴직 신청자는 현재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상 희망퇴직 이후 받게 되는 수령금 등으로 전직이나 창업 등을 고려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근로자들 대다수가 희망퇴직에 보수적인 자세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 생활 소비가 급감하면서 자영업자들이 모두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타 회사 이직 등의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창업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데는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원매자와의 미팅이나 실사 등의 절차가 소용되는 사업 구조 개편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적자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대제철의 강관사업부 매각도 코로나19로 인해 대외 미팅 및 실사 등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등 강관 사업의 전방산업 역시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을 게 확실하다”며 원매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매각이 본격화되더라도 실사 등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순식·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