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실효하한 하향 시사

단번에 0.5%p 인하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은행]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0.75%로 ‘0%대’에 진입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달 다시 인하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대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아직 바닥이 오지 않았단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위기 국면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내달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긴급 금통위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일반적으로 실효하한은 어느 한 숫자로 고정돼 있는게 아니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화, 주요국의 정책금리 변화 등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이라며 “실효하한의 기준도 자본유출로 삼느냐, 유동성 함정으로 삼느냐, 금융안정 상황까지 고려한 득과 실을 볼 것이냐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실효하한이 연준의 금리 조정폭만큼 1 대 1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가 (한국의) 실효하한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건 사실이라고”고 덧붙였다.

기준금리의 실효하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종전보다 하향됐단 분석이 가능하다. 연준이 2%대의 기준금리를 가져갈 때만 해도 우리의 실효하한은 0%대 후반으로 추정됐지만, 이젠 0%대 초중반까지 내려왔단 것이다.

이 총재는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은은 단계별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점검을 한 상태”라며 “여러가지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해서 모든 수단을 망라해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실기론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신중을 기하던 한은이 이날 인하에 나설 수 있던 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영향이 컸다. 국내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자본유출을 경계해야 하는 한은으로선 이날 연준의 통 큰 정책금리 인하가 숨통을 틔워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 연준(Fed)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크게 내려버렸기 때문에 우리 기준금리의 실효하한도 함께 하향됐다고 봐야 한다”며 “당장 4월 금통위 때 추가 인하에 나설지는 코로나19 진전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25bp(1bp=0.01%포인트)를 두번에 나눠서 내릴지 50bp를 한번에 내릴지라는 선택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3월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그동안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에도 부족한 통화정책 여력으로 대응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미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빠르게 단행하면서 통화정책 운용 부담이 완화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