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급등 강남 아파트 가보니

1억 낮춘 급매는 단지 당 한두건

보유세 부담되나 시세는 고수

다주택 고령자는 타격 받을듯

#. 다주택자인 A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신축 아파트인 ‘대치 SK뷰’ 전용면적 93㎡(이하 전용면적)를 31억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같은 평형의 최근 거래는 5개월 전 28억3000만원이다. 그는 양도소득세 중과가 유예되는 오는 6월 말까지 이 아파트를 팔려고 한다. 하지만 내년 중순까지 14억원의 전세계약이 체결돼 있는 이 집에 17억원을 투자해 집을 사려는 이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A씨는 31억원 이하로는 팔 생각이 없다. 보유세가 크게 상승하더라도 그 이상 집값이 뛸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에 6월 말까지 팔리지 않으면 계속 보유할 생각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타겟으로 잡은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 예고된 대로 올해 보유세 폭탄이 터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18일 밝힌 공동주택 공시지가에 따르면, 강남권 새 아파트 인기 단지는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 45% 이상의 보유세 인상이 예상된다.

이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실물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강도높은 규제를 맞은 15억원 초과하는 강남권 아파트의 약세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강남 아파트 현장에서는 하락을 염두에 둔 투매나 급매는 한 두건에 그치는 등 온도차가 느껴졌다. 매수자는 ‘하락’에 무게를 두지만, 매도자는 방향이 달랐다.

▶매수자는 4~5억 떨어진 급매 기다리지만, 집주인은 “안급해”=“4억, 5억 떨어졌다는 실거래를 언급하면서 자꾸 매수 문의는 와요. 그렇게 떨어진 가격에 나온 물건이 있냐는 거죠. 근데 저희 집(부동산)에 그런 물건은 없어요. 급매가 있지만, 단지당 한 채 정도고 1~2억원 떨어진 정도에요. 그렇게까지 급한 분들은 여긴 없어요” (잠원동 K부동산)

급매물이 단지 당 평형별로 1,2건 정도라는 이야기는 이곳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강남구 대치동 랜드마크인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올해 공시가가 21억1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0.8%나 올랐다.

이 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일단 실거주 주민들은 어차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보유세 부담보다 타 지역 대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 집을 팔 생각이 없다”며 “급매는 대부분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가 유예되는 6월말까지 팔려고 내놓은 물건으로 전세를 끼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세반발’ 이의신청 빗발칠 듯…9~10억원 중위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보유세 인상과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약세에 가장 타격을 받는 이들은 고령의 다주택자다. 급락까진 아니더라도 약세를 예상하는 이유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수입이 없는 은퇴한 다주택자는 세금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매도 계약을 마무리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세금이 중과되는 15억원 초과분은 아무래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대인 9~10억원 아파트 가격은 상승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9억4798만원이다.

이 교수는 “해당 가격대는 맞벌이 고소득자가 공동명의로 매수할 경우, 공시지가 현실화율 100%가 되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크게 없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매수 심리 위축이 누그러지면 해당 가격대의 상승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른 세금에 대한 조세 반발도 예상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이 떨어지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는 것도 아닌데,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가격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이의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실화율을 높이는 방향성은 맞지만, 속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에 ‘감세’가 아닌 ‘증세’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집값이 하락해도 오히려 점점 더 세금이 오르는 것도 부조리인 데다가, 위기 상황에서의 탄력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다. 성연진·민상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