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이혜미 기자]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에 출연한 배우 김호정이 과거 투병 생활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월석아트홀에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인 ‘화장’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임권택 감독과 배우 안성기, 김호정, 김규리가 참석했다.

이날 김호정은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해 “임권택 감독 작품에 처음 출연하게 됐는데 죽음으로 가는 고통 표현하는 역할이라 ‘연기를 잘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하고 두려웠다”며 “막상 현장에 가서는 감독님과 안성기 선배님이 너무 많이 배려해주셔서 수월하게,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뇌종양 환자로 등장하는 김호정은 어려운 준비 과정과 난감한 촬영 장면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대소변을 처리하는 장면에서 하반신 노출이 있었고, 촬영기간 내내 삭발을 감행해야 했다. 이에 대해 김호정은 “사실 시나리오에선 성기 노출 장면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상반신 중심으로 찍었는데 풀샷으로 찍은 것을 감독님이 제안하셔서 흔쾌히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뇌종양 투병환자의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개인적으로 아파봤던 경험이 있기도 하고, 주위에도 아픈 사람이 있어서 조금은 수월하게 자신감 갖고 연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김호정 씨가 오랜 투병생활을 해서 본인이 본인에게 감정이입이 된 것 같다. 영화에서 김호정 배우 자체를 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호정은 순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여 현장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만감이 교차한다. 사람들이 제가 아픈 것을 모르는 줄 알았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 영화가 들어왔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투병하다 죽는 역할이어서 처음엔 못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는 해야될 거고, 배우의 운명이란 이런 건가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찍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한편 영화 ‘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로, 김훈의 단편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오랜 투병생활 중인 아내(김호정)가 죽음에 가까워질 수록 회사의 여직원 추은주(김규리)에 빠져들게 되는 남자 오상무(안성기)의 서글픈 갈망을 담았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거장 감독들의 신작과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