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3인의 일본인 교수가 선정된 가운데, 노벨 평화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 헌법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의 수상 여부에 전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0일(현지시간) 수상이 결정되는 노벨평화상은 군축이나 평화증진에 현저히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다.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한림원 등이 선정하는 다른 노벨상과 달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직접 선정하고 시상하는 권한을 갖는다.
이는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른 것으로 노벨상 중에서도 최고 권위있는 상으로 여겨진다.
노벨 평화상 수상 예측을 매년 발표해 온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의 웹사이트 예측 리스트에 따르면, 일본 헌법9조는 에드워드 스노덴과 프란치스코 교황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노벨평화상 수상 예측 1위로 올라섰다.
8일 현재 예측리스트에는 278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1위는 일본 헌법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이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전(前) 미 중앙정보국 직원으로 미국 정부의 정보수집 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덴, 3위는 복수의 기자들이 살해됐음에도 정부 비판을 지속하는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가 올라있다.
이밖에 내전 성폭행 피해 여성을 치료하는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데니스 무퀘게, 이슬람 과격파 습격에도 여성 권리를 호소해온 10대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PRIO의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소장은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에 헌법 9조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째는 노벨 평화상이 ‘군 폐지나 축소’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도록 한 노벨의 유지(遺志)에 합치하고, 둘째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등 동아시아에서 전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으며, 셋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9조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각의 결정을 단행하면서 ‘9조가 위기에 있다는 것’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르프비켄 소장은 “노벨위원회는 헌법9조에 상을 주는 것이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신경쓰고 있을지 모르지만, 9조가 위기에 있는 올해야말로 임팩트(효과)가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 중국 정부와 대립하고 있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탄 것을 거론하며서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위원회가 기피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아시아 분쟁 가능성은 세계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않고 있어 그 지역에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노벨위원회가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하르프비켄 소장은 “원폭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도 평화 속에서 부흥을 이룬 일본의 전후 약 70년 간의 행보에 공감하는 사람이 세계에 많다”며 “평화상 수여는 세계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법9조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게 된 데에는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주부 다카스 나오미(37)의 역할이 컸다.
그는 ‘헌법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에 대한 노벨상 수여 시민운동을 시작해 41만명의 지지 서명을 얻어내 지난 4월 노벨평화상 후보에 등록시켰다.
‘일본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이 평화상을 받을 경우, 집단자위권에 대한 헌법해석 변경에 이어 헌법개정까지 추진 중인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헌법 9조=1946년 11월에 공포된 일본 헌법 중 9조. 이 법은 일본의 전쟁 포기, 전력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을 담고 있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9조 전문은 다음과 같다. ①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②전항(前項)의 목적을 달성하 위해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민간 연구 기관. 1959년 창설돼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연구와 정보를 제공한다. 창시자 요한 갈퉁(83)은 세계적인 평화학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노벨 재단과 관계는 없지만 PRIO의 노벨 평화상 수상 예측은 매년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7년에는 엘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의 수상을 적중시키기도 했다.
☞PRIO가 선정한 2014 노벨평화상 후보 톱5 ①일본 헌법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 ②에드워드 스노덴: 전(前) 미 중앙정보국 직원으로 미국 정부 정보수집 활동 폭로 ③노바야가제타: 복수의 기자가 살해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비판을 지속하는 러시아 신문. ④데니스 무퀘게: 분쟁으로 인한 성폭행 여성피해자를 치료하는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⑤말랄라 유사프자이: 이슬람 과격파 습격에도 여성의 권리를 호소해온 파키스탄 10대 인권운동가.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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