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인수 종결 위한 데드라인

제주항공, 노사 합의 불발시 인수 포기 가능성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노조 측에 28일까지 체불임금을 포기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인수 종결을 위한 사실상의 데드라인으로 풀이된다. 인천공항에 주기돼 있는 이스타항공 항공기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노조 측에 28일까지 체불임금을 포기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인수 종결을 위한 사실상의 데드라인으로 풀이된다. 인천공항에 주기돼 있는 이스타항공 항공기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진에 28일까지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까지 이스타항공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적으로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노조 관계자는 "제주항공 쪽에서 이스타항공 경영진 측에 28일까지 체불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그러면서 "경영진은 노조 측에 이때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플랜 B'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4일 진행된 이스타항공 전직원 간담회에서 확인됐다. 이번 간담회에는 김유상 경영기획본부장 겸 재무본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 깊숙히 개입한 인물로 최근 체불 임금을 둘러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 간 갈등에서도 조정 역할을 맡았다.

제주항공은 지난 4월 28일 이스타항공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 취득 예정일을 같은달 30일에서 무기한 연기했다. 사실상 제주항공 측이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 측에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2달 간의 시한을 준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지난 2월 직원 임금의 40%만 지급한데 이어 3월부터는 임금과 휴업수장을 전혀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은 노조 등에 체불 임금 250억원 중 4~6월 휴업 수당 등 120억원을 포기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가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인수가 종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계약 당시와 비교해 이스타항공의 재무 사정이 현저히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28일까지 이스타항공 노사가 체불 임금 문제 해결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제주항공은 이를 인수 포기의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에 대해 30일 이스타홀딩스가 대금 납입을 하기로 돼 있지만 이는 우리가 잔금을 줬을 때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큰 그림이 어그러지면 나머지 일정은 의미가 없다"며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28일까지 이스타항공 노사가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경영진의 요구에 대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하는 임금인데다 장기간 휴업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이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재정난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노동당국이 노조 손을 들어주면서 형사처벌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이 노조에 소속된 조종사 150여명의 체불임금 21억6200만원에 대해 9일까지 지급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노동청은 사측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노조 측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청 진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 대부분도 개별적으로 진정을 넣거나 노조에 상담을 해오는 상황"이라며 물러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끝까지 물러서지 않으면서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는 제주항공의 요구대로 체불임금 부담을 직접 지든지 매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측은 "제주항공은 법적으로 이스타항공 직원의 처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법적 지위가 없다"면서 "기한을 통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