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인종차별 시위로 커다란 위기에 빠졌다. 공중보건·경제·가치의 위기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역이 초상집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200만명과 11만명을 돌파했다. 초강대국의 본토 전역이 사실상 처음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은 셈이다. 뉴욕의 병원 주차장에 늘어선 임시 영안실용 냉동 트럭이 의료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약한 보건의료 시스템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미국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전 국민 의료보험이 없는 유일한 국가다. 국민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주로 의존한다. 미가입자 비율이 8.8%로 국민 2900만명이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부분 발열 증상이 있어도 비싼 치료비 걱정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부 고액 연봉자를 제외한 상당수 근로자는 재택근무를 할 형편이 못 된다. 매일 출퇴근하는 뉴욕 지하철이 ‘코로나 불평등’의 상징이 됐다. 국민 3200만명이 유급 병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천식,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 비율이 높은 흑인이 직격타를 맞았다. 백인에 비해 사망률이 2.5배나 높다. 흑인이 3분의 1인 루이지애나주의 흑인 사망자 비율은 70%나 된다. 시카고도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의료보험 미가입 비율이 높고 자택 대피가 어려운 일자리에 주로 종사하기 때문이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은 인종차별이 초래한 비극이다. 미국 사회에 만연된 구조적 불평등의 산물이다. 지난 2월에는 25세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가 조지아주에서 조깅 중 총에 맞아 죽었다. 지난 3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가 집에 난입한 경찰관 총에 사살됐다. 트레이본 마틴, 에릭 가너도 백인에게 억울하게 희생된 흑인들이다. 2013년 인권 운동가 앨리시아 가자 주도로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점화된 배경이다.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한 플로이드의 죽음은 인종차별 문제가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인종차별은 반흑인 정서이고, 흑인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백인 우월주의의 소산이다. 흑인을 소중한 인간이 아니라 재산으로 인식했던 백인의 반인권적 유산이다.

흑인은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백인보다 통상 20% 높은 형량을 선고받는다. 과도한 벌금·수수료, 전과 기록으로 재생의 기회가 제약되고 투표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처지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에두아르도 포터는 저서 ‘미국의 독’에서 “미국의 모든 사회적 병폐는 인종 문제에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1960년대 전국을 휩쓴 흑인 소요에 관해 조사, 1968년 공개한 ‘커너 보고서’는 흑백 간 구조적 불평등을 근본적 원인으로 제시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불평등을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규정한 바 있다.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250만개 늘어났다. ‘V자형 빠른 경기 회복’의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식 실업률은 13.3%였다. 지난 3~4월에는 2200만명의 실업자가 대량으로 나왔다. 임시직 등을 포함한 지난달 확장 실업률은 21.2%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미증유의 국가 위기를 화합과 통합 대신 분열과 선동의 정치로 돌파하려 한다. 보수 기독교도, 백인 근로계층 등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당파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시위대에 ‘폭도’, ‘쓰레기’ 같은 막말을 쏟아내며 인종차별의 정치에 올인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물에 빠진 후에야 누가 벌거벗고 헤엄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역설한다. 오는 11월 대선이 유권자가 치유자를 원하는지, 분열주의자를 원하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