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웨이 배제 압박’ 국내 통신업계에도 파장
LGU+ ‘난감’…화웨이 망 배제 시 수조원대 비용
5G 가입자 유치에도 타격…“배제 불가능”
화웨이 가격·기술력 강점 무시 못할 수준 분석도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LG유플러스-화웨이, 결별 가능할까?’
미국의 중국 화웨이 거래 중단 압박이 LG유플러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국내 통신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만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콕 집어 LG유플러스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마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LG유플러스가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5세대(5G) 통신을 비롯해 롱텀에볼루션(LTE)까지 망을 거둬내야 해 비용만 수조원에 달하는 데다 5G시장 대응에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웨이 배제 시 비용만 수조원…5G 원점으로
현재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 북부지역에서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 중이다. 호남·충청 지역은 삼성전자, 영남 지역은 노키아 장비를 사용한다. 구축된 전체 5G망 중, 장비업체별로 각각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나머지 10% 지역은 에릭슨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LG유플러스가 현재 구축된 화웨이 망을 거둬낸다면 서울·수도권 북부지역에서 5G망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5G 테스트베드이자 핵심 지역의 5G망 구축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되는 셈이다.
문제는 LTE 이용자들에게까지 영향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현재 5G망은 LTE와 5G를 혼용해 사용하는 ‘5G 비단독 모드(NSA)’다. 결국 5G를 비롯해 LTE 서비스 제공도 ‘올스톱’ 된다.
다른 장비업체로 망 구축을 새로 시작한다면 비용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가입자 경쟁 유치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고객 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월 말 기준 LG유플러스의 5G 가입자 수는 168만2339명으로, 전체 5G 가입자의 약 24.5%를 차지한다.
LTE시장에서 2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LG유플러스가 5G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확대하고 있던 상황이다. 화웨이를 배제할 경우 회사가 위기에 봉착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美 압박에도 화웨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업계에서는 강도 높은 미국의 압박 공세에도 전 세계 통신업계가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로 ‘가격’과 ‘기술력’을 꼽는다.
특히 화웨이의 장비 가격은 다른 외국계 장비와 비교해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조원대의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5G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는 가격경쟁력 면에 큰 강점이 있다.
화웨이의 5G 기술력도 세계 최고다. 화웨이는 해마다 매출의 15%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한 해 R&D 투자비만 12조~1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통신 3사의 R&D 투자 총액이 720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투자비용이다. 미국의 보안 문제 지적과 달리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5G 기지국 장비에 대해 국제보안인증(CCN)까지 획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에서 화웨이의 기술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미국의 압박만 없다면 다른 통신사도 화웨이 장비를 쓰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