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성범죄 가해자의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를 받고 사회에 나오고 있으며, 집행유예를 받지 않는 경우에도 형량이 평균 4년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데, 법원이 쓰고 있는 양형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민식(새누리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양형백서’에 따르면 5가지 주요 성범죄에 대해 법에서는 징역 5년이상, 혹은 10년 이상 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실제 판결은 평균 징역 4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형백서가 5개 주요 성폭행 사건 458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집행유예 비율은 53.39%로 높았고,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은 징역형의 평균은 46.30개월로 4년에 미치지 못했다.

강제추행 349건의 경우 집행유예 비율은 74.24%에 달했다. 4명중 3명은 실제 교도소에 가지 않는 셈이다.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은 평균 31.58개월로 3년에도 미치지 못했다.

양형백서는 이같은 이유로 양형기준의 문제를 들었다.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는 양형기준을 기초로 양형의 가중요소(계획적, 심신장애상태 야기, 인적 신뢰관계 이용, 중한 상해 등)와 감경요소(상당금액 공탁, 진지한 반성, 초범, 심신미약 등)를 감안해 형량을 결정하게 돼 있다.

양형백서에 의하면 성범죄의 경우 ▷ 양형기준 자체가 낮게 설정되어 엄중한 처벌이 어렵고 ▷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관계는 양형인자, 참작사유 등에서 반복적으로 고려대상에 넣으면서 형량을 깎는데 일조하며 ▷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의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 정신적 충격과 가족들의 피해 등을 가중요소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형량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조개념’을 양형기준에 넣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됐다. 범행 동기나 정황의 경우 감경요인으로 참작하고 있는데, 법원은 ‘피해자가 불건전한 목적으로 가해자를 만난 사실’을 양형에 참작해 감형하고 있었다. 양형백서는 “아직도 법원이 부녀자는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영혼을 죽이는 범죄로 육체적 살인보다 훨씬 추악한 범죄”라고 밝힌 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아동성범죄에 대해 살인보다 강력한 처벌을 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법원이 가해자 편에만 설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고통을 먼저 고려해 엄중한 양형 적용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