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9년만 최대 상승
정부 전세시장 안정 위한 24번째 대책 예고
전문가 “시장 이해 못한 대책 부작용” 지적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전셋값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오름세다. 정부가 전세시장 질서 안정을 위한 24번째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을 넘어서 지방까지 매매·전세 최고가 경신이 이뤄지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실물 경제와 동떨어진 이 같은 이상 과열이 정부 규제가 얽히고 설키면 나타난 ‘규제의 역설’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실수요자로만 이뤄진 전세 시장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9년만에 주간 단위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지수는 107.8로 전주 대비 0.51% 오르면서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폭으로 뛰었다.
서울 전세수요가 경기·인천 등으로 움직이면서 수도권 전셋값도 급등세다. 전세 시세가 어느새 1년 전 매맷값 만큼 상승한 곳도 생긴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주공 7단지 아파트는 지난달 59㎡(이하 전용면적)이 전세보증금 4억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10월 거래된 같은 면적 매맷값은 3억7200만~4억1250만원이었다.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서희스타힐스8단지도 51㎡의 지난해 9월 매매가는 4억6500만~5억원 가량이었는데, 이달 7일 계약된 전세는 4억5000만원 보증금으로 새 입주자를 맞았다.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니 매맷값도 밀려 올라가는 곳도 생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자, 그 가격에 매수 가능한 서울 외곽지역 매매가격이 강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이달 셋째주 강북 14개구는 전주 대비 전셋값이 0.58% 올랐는데, 강북구(0.59%), 구로구(0.56%) 등지에선 매맷값도 크게 뛰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규제 이후 매도자들이 매물을 쉽게 내놓지 않고 있고, 저금리로 유동성이 여전히 부동산 쪽에 머물러 있다 ”며 “구로구 등에선 6억원 이하 물건도 있어 보금자리론을 받으려는 실수요자 문의가 꾸준하다”고 했다.
서울 접근성이 좋고 6·17 대책에서 규제 지역에서 비껴 간 김포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2.3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형적인 ‘풍선효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KB국민은행은 김포 매맷값 상승에 대해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후 외부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전셋값 급등으로 갭투자도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세난을 완화시킬 24번째 부동산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표준임대료나 신규계약상한제 등 반시장적 규제는 검토 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시장에선 또 다른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현재 전세시장 문제는 정부가 시장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고 정책을 쓰면서 심각한 물량 위축을 불러온 데 따른 것”이라며 “(표준임대료가 아니라면) 대출 관련 규제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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