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부임한 김영만 감독은 더욱 더 끈끈한 수비로 '동부산성'의 건재를 알리고 있다.
올 시즌 부임한 김영만 감독은 더욱 더 끈끈한 수비로 '동부산성'의 건재를 알리고 있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평균 득점이 곧 팬들의 만족도다.” KBL 수장 김영기 총재의 생각이다. 김영기 총재는 시즌 개막 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외국인선수제도 운용 방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김 총재는 “외국인선수가 2명 출전하던 프로 초창기에는 평균 득점이 90점이 넘었는데 2007년부터 신장제한을 없애고 1명 출전 규정을 두니 70점대로 떨어졌다”며 “지난 시즌 평균 득점은 73.4점, 그렇다면 만족도도 73.4점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균 득점을 85점까지 끌어올려 팬들의 만족도를 12점 끌어올려야 한다”며 내년 시즌부터 변화될 외국인선수 제도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했다. 2015-2016시즌부터는 2,4쿼터에 외국선수 2명 출전이 가능해지고, 신장제한도 부활해 각 팀은 외국선수 두 명중 한 명을 193cm이하로 선발해야 한다. 장신 선수 두 명이 뛰는 농구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평균 득점이 만족도에 비례한다는 김 총재의 주장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토종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수비농구가 현대농구의 흐름이 된 시점에서 리그 흥행 부진 요인을 엉뚱한 데서 찾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 시즌 2년 만에 복귀한 하승진은 개막전에서 소속팀 KCC가 기록한 59점을 빗대 “오늘 경기의 만족도는 59점”이라는 뼈 있는 복귀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김 총재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10개 구단 중 최소 평균 득점(25일 기준 64.8점)을 기록하고 있는 원주 동부의 농구는 가장 재미없고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농구다. 동부는 전통적으로 수비농구를 지향한다. 강력한 수비를 동부의 팀 컬러와 연관짓는 데 거부감을 느낄 농구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비스, SK, 전자랜드도 끈끈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들이지만 동부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앞서 언급한 세 팀이 수비와 더불어 가공할 만한 화력도 갖고 있는 반면, 동부는 그야말로 수비 하나로 먹고 사는 ‘짠물 농구’다.

‘동부산성’이라 불리는 장신군단에서 골밑 득점을 우직하게 해주는 선수는 데이비드 사이먼밖에 없다. 김주성이 풀타임을 뛰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덧 팀의 기둥이 된 윤호영은 스몰 포워드에 가깝다. 한정원이 김주성과 번갈아가며 4번 자리를 메우지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외곽에서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앤서니 리차드슨이 들어왔을 때 공격에서 동부산성은 부실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전문 슈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동부는 3점슛 개수와 성공률 모두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성공률은 20%대 중반에 그친다. 그나마 두경민이 허벅지 부상에서 돌아왔고 신인 허웅이 활력소 역할을 해주는 게 위안거리다. 빈약한 공격력에도 동부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동부는 26일 삼성을 71-57로 꺾고 4승(3패)째를 거뒀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삼성전 5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5할이 넘는 승률로 현재 공동 4위다. 그만큼 동부의 수비는 특별하다. 이날도 최근 다섯 경기에서 평균 79점을 넣었던 삼성을 57점에 묶었다. 이 정도면 질식수비라 할 만하다.동부는 2-3 지역방어를 주로 사용한다. 어찌 보면 지역방어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영만 감독이 이끄는 지역방어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쉴 새 없는 로테이션으로 매치업 존의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다. 대인방어와 지역방어의 장점을 모두 살린 이 수비에 상대는 선택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방어는 보통 빠른 컷인이나 포스트에서 빅맨의 움직임으로 가운데를 흔드는 데서 해법을 찾는다. 아니면 외곽슛이다. 동부의 지역방어가 뚫기 어려운 이유는 공포의 뒷선에 있다. 주로 윤호영과 김주성(한정원)이 양 날개를 맡고 가운데 사이먼과 리차드슨이 번갈아 서는 이 라인은 평균 높이가 2m가 넘는다. 완벽한 호흡으로 다져진 이 세 명이 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산성’이다. 오늘 삼성뿐만 아니라 24일 SK도 김선형, 김민수, 애런 헤인즈 등 공격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을 모두 동원하고도 56점에 묶였다.윤호영은 “(동부의)수비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 말했다. 두경민은 이날 경기 후 “최근 농구에 대한 열기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원주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농구로 팬들의 사랑을 되찾자는 김 총재의 생각과는 달리 동부의 수비농구를 바라보는 농구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동부의 농구에 몇 점을 부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오늘 동부가 득점한 71점은 넘어 보인다.■ 26일 프로농구 결과 원주동부(4승3패) 71-57 서울삼성(1승6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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